을유년 들어 새해를 말하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목소리에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최근 서울시장실에서 기자와 만나 "국가도 경영이 필요하다" "전문가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대권 포부가 보다 뚜렷해진 셈이다.
이는 그의 상상력과 결합한 추진력이 올 한해 속속 결실을 내게 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계천에 물이 흐르고, 강북에 뉴 타운이 들어선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비판에 급급했던 기자들이 반성문을 써야 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만큼 무시 못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행정수도이전에 선명한 반대 깃발을 들면서 반노(反盧) 세력 내 정치적 위상도 강화됐다.
"조만간 길거리에서 ‘서울을 바꿨습니다. 대한민국을 바꾸겠습니다’란 선거구호와 마주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현대건설의 젊은 사장 이래 그는 현실에 발을 딛고 효율을 추구해온 CEO다. 정치에 입문해서도 그 관성으로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기존 정치인들과는 늘 색깔이 달랐다. 화법도 따라가지 않는다. "나는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다"는 말도 이 연장선에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 대한 평가도 신랄하다. "앉아서 말만하고 사람들이나 모아 몰려다니는 정치꾼"이란 표현을 썼다. 그는 새로운 정치를 말하면서도 장려한 수사를 쓰지 않았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한 마디로 끊었다.
그의 대권 구상은 단순하다. "서울시장으로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국민이 평가해준다면…"이라고 했다. 그 밑엔 2007년에 가서는 민주화, 개혁 패러다임이 명을 다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이 빈 자리를 메울 것이라는 전망이 배어 있다.
차기 대선의 변수가 될 통일문제 접근법에서도 그는 어쩔 수 없는 CEO다. "북한을 잘 살게 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잘 살게 하는 것이 통일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최근 사석에선 "남한의 1960,70년대 수준 북한의 공장을 속속들이 알고 제대로 가동할 사람은 나뿐"이라고 호언했다고 한다.
이 시장 만큼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그를 향한 비난은 ‘밀어붙이기만 하는 개발 독재식 인물’ ‘차갑고 가슴이 없다’는 따위다.
그는 그러나 "야당 소속 시장이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일이 됐겠느냐. 21만 청계천 상인들을 설득하는 일은 가슴 없인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구시대 인물’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누구는 근대화 세력이고, 누구는 미래 세력인지를 감히 누가 마음대로 갈라 놓을 수 있느냐"며 "예수라도 재림했느냐"고 공격적으로 되물었다.
또 직설적 화법에 말실수가 잦아 간혹 물의를 빚기도 하지만, 본인은 "말을 세련되게 하면 기성 정치인과 다른 게 뭐냐"며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중요한 실외행사가 예정된 날, 비가 올 것이란 일기예보가 나왔지만 그는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며 행사준비를 지시한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비는 오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단단한 자신감으로 2007년이 그를 필요로 할 것이란 예보를 내놓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