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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하는 즈엉 베트남 대사/ "한반도서 보낸 22년… 情을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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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하는 즈엉 베트남 대사/ "한반도서 보낸 22년… 情을 어쩌죠"

입력
2005.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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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직후에는 그저 우리를 잘 이해하는 외교관 정도로 생각됐는데 지금은 완전히 한국사람으로 생각될 정도입니다." 즈엉 징 특(60) 주한 베트남 대사를 지켜본 우리 외교통상부 직원의 소감이다. 이 평가는 결코 빈말이나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4년 간의 서울 근무를 마치고 내달 말 베트남으로 귀임하는 즈엉 대사는 7일 "22년간 한반도에서 살았는데 친절한 국민성과 수려한 자연의 한국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즈엉 대사는 평양에서 7년간 유학한 뒤 평양과 서울에서 각각 11년, 4년씩 외교관 생활을 했다. 성인이 된 후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한반도에서 보낸 것이다. 그래서 그는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 등과 함께 ‘한국을 사랑하는 대사들의 모임’을 주도하는 등 남다른 한국 사랑을 실천해왔다.

그는 한국 재임 중 한-베트남 관계를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1년 8월 천득렁 국가주석의 방한과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등 정상외교를 통해 양국 관계가 한단계 더 성숙됐기 때문이다. 그는 "1992년 양국 수교가 이뤄진 후 10여년 만에 포괄적 동반자 관계가 구축됐을 정도로 양국의 우호관계는 매우 빨리 진척돼왔다"고 말했다.

즈엉 대사의 한반도와의 인연은 스물 두 살이던 1963년 정부 장학생에 뽑혀 평양의 김일성종합대로 유학하면서 시작됐다. 기술자가 되고싶어 김책공대로 옮겼지만 베트남 정부가 외교부에서 일하도록 권해 ‘뜻하지 않게’ 외교관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한다. 북한과 남한 모두를 깊숙이 경험한 그의 발언에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이 묻어난다. "통일은 남북한 국민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동서독 통일 경험에서 보듯 통일의 시기와 환경이 중요합니다. 남북한간 사회, 경제적 여건이나 발전상황의 격차를 줄이고 지정학적 환경도 통일에 유리하도록 조성해야 통일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1남 1녀를 둔 그는 베트남 외교가에서도 한반도 전문가 집안으로 통한다. 아들(23)이 내달 주한 대사관 서기관으로 부임하면서 아버지의 인연을 잇는다. 아들은 아버지가 평양에서 근무할 때 김일성 종합대 조선어문학부에서 유학하고 베트남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며느리도 98년 경희대에서 한국어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외국어대에서 베트남어를 강의하고 있다.

"남북한의 구석구석 어느 한 군데 정들지 않은 데가 없습니다. 돌아가면 한국이 몹시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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