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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는 주말 - 뻘에서 정화된 연한 속살 씹으면 언 입이 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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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는 주말 - 뻘에서 정화된 연한 속살 씹으면 언 입이 사르르~

입력
2005.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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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 남당항/ '조개의 명품' 천수만 새조개

빌딩숲을 휘감아 몰아치는 겨울 바람은 살을 에고 가슴을 벼린다. 코트 깃은 점점 올라가고 어깨는 자꾸 움츠러만 든다. 그러나 같은 차가움이라도 너른 바다나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왠지 편안하고, 언 가슴을 간질이는 살가움이 있다.

충남 홍성군 앞바다 천수만은 바다의 호수. 서해로 뭉툭 솟아나온 태안반도의 밑자락으로 기다란 안면도가 방파제 역할을 하고있어 물은 언제나 멈춘 듯 고요하다.

이렇게 가둬진 천수만 바다는 천혜의 산란지다. 생명의 원천인 뻘을 품고 있고 물살이 잔잔해 물고기들이 새 생명을 잉태하는데 제격인 곳. 태평양의 수많은 물고기들이 이곳을 산란장소로 삼고 있어 천수만과 그 입구 주변은 물 반 고기 반의 최대 어장이다.

그 천수만의 한 복판 홍성 땅에 크지 않은 항이 있으니, 많은 이들이 맛의 항구 미항(味港)으로 주저 없이 손꼽는 남당항이다. 포구의 해변은 바다와 나란한 좁은 도로를 따라 횟집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다. 지난 가을 ‘새우의 귀족’ 대하로 들썩였던 이 거리는 찬바람이 불자 또다시 새 희망에 달떴다. 바로 ‘조개의 명품’ 새조개 때문이다.

야구공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뭉툭한 새조개는 속살의 발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11월부터 3월말까지가 제철로 수심 5~35m의 뻘과 모래가 섞인 곳에서 자란다.

형망틀을 이용해 배가 끌면서 뻘 바닥을 긁어 건져 올린다. 양식이 불가능한 100% 자연산으로 나는 곳이 한정되고 맛이 뛰어나 값이 높다.

새조개가 천수만에 둥지를 튼 것은 오랜 일이 아니다. 1983년께 천수만 A,B방조제가 완공된 이후 새조개가 발견되기 시작했으니 20년이나 됐을까.

“바지락을 캐다 보니 주먹만한 이상한 조개가 걸립디다. 처음엔 무슨 조갠지 몰라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보니 새조개라고 하네요.” 남당리 신건식(51) 어촌계장의 설명이다. 자갈밭이던 천수만 바닥에 방조제 공사로 황토가 흘러들었고, 유속도 많이 낮아져 새조개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새조개는 미식가 일본인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어패류다. 새조개 속살로 만든 초밥을 즐겨 먹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량을 일본에 수출했다. 우리의 경제가 성장하고 식도락에 눈 뜨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국내 소비할 물량도 소화하기 힘든 실정이다.

남당항의 횟집거리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식당 50여 곳과 ‘파라솔’이라 불리는 간이 포장집 100여 곳이 마주보고 있다. 포구의 규모에 비해서는 횟집수가 상당하다.

남당항은 남당리 인근의 어획량뿐만 아니라 천수만 전체 수산물의 집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하를 비롯해 새조개도 남당의 유명세에 한몫 한다. 대하축제를 가장 일찍 시작해 가장 오랫동안 여는 남당항은 지난해 2월엔 국내선 처음으로 새조개 축제를 열어 이를 선점했다. 올해도 21일께 축제를 시작할 계획이다.

새조개를 먹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날것 그대로의 회와 매콤한 양념무침, 그리고 샤브샤브다. 식당가 ‘현주네 파라솔’의 안주인은 샤브샤브를 권했다. 새조개 속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그 국물에 라면이나 칼국수를 끓여 먹으면 배도 든든하게 채울 수 있기 때문이란다.

샤브샤브는 팽이버섯, 무, 대파와 바지락 몇 알로 국물을 낸다. 내장을 제거한 새조개를 끓는 육수에 살짝 담갔다 꺼내 입에 물었다. 연한 속살의 부드러움이 스르르 입안을 녹인다.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다른 조개와 달리 갯냄새도 나지 않고 달콤하다. 자극적으로 진하지 않으면서 은근하고 고급스러운 맛. 남당리 주민들이 새조개를 ‘조개의 명품’이라고 자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샤브샤브는 살짝만 데쳐 오래 씹어야 제 맛이다. 오래 익히면 질겨지기 때문이고 씹으면 씹을수록 더욱 달콤해진다. 寵떠낯?건져낸 국물은 그야말로 진국이다. 이 시원하고 달큼한 국물에 끓여먹는 라면 맛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요즘 남당항 식당가의 새조개 시세는 ㎏당(2인분) 3만5,000원. 새조개 15~20마리 정도다. 샤브샤브 준비물 등 밑반찬이 포함됐다. 포장은 3만원. ‘현주네 파라솔(010-4466-4316)’ 등 많은 식당들은 전화 주문으로 택배도 한다. 택배비는 별도.

신 계장은 “새조개는 귀한 조개라 값이 만만치 않다”며 “축제 기간에는 이윤을 최소로 줄여 가격을 내릴테니 많이들 찾아와 새조개 맛 좀 보고 기운들 내시라”고 당부했다.

새조개가 천수만에 둥지를 튼 것은 오랜 일이 아니다. 1983년께 천수만 A, B방조제가 완공된 이후 새조개가 발견되기 시작했으니 20년이나 됐을까.

"바지락을 캐다 보니 주먹만한 이상한 조개가 걸립니다. 처음엔 무슨 조갠지 몰라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보니 새조개라고 하네요." 남당리 신건식어촌계장의 설명이다, 자갈밭이던 천수만 바닥에 방조제 공사로 황토가 흘러들었고, 유속도 많이 낮아져 새조개사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홍성=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홍성 남당항/ 주변 볼거리

남당항은 전형적인 서해안 포구다. 천수만 한복판에 자리잡은 죽도가 바라보이고 물빠진 드넓은 갯벌에는 목선이 하나 둘 머리를 박고 있다. 새조개로 배가 불렀으면 방파제를 따라 산책을 나서자. 갈매기와 친구하고 낚시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당에서 천수만을 따라 어사리, 상황리, 궁리를 거쳐 서산방조제까지 오르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길. 완공된지 얼마 안되는 이 해안도로는 서해 갯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직 찾는 이들이 드물어 뻘에 부딪히는 겨울 햇살의 나른함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상황리의 전망대나 궁리포구에서의 일몰 또한 장관이다. 시뻘건 햇덩이가 수평선에 바짝 엎드린 안면도 위로 넘어가는 모습은 그 유명하다는 꽃지나 간월암 일몰에 뒤지지 않는다.

한용운 선생 생가와 김좌진 장군의 생가가 남당항과 가까이 있어 둘러볼 만 하다. 홍성읍에는 옛 홍주성 성곽의 절반 이상이 보존돼 있다. 옛 관아 터에 자리잡은 홍성군청에는 홍주목 수령이 관아의 일을 보던 동헌과 휴식을 취하던 정자 여하정이 그대로 남아있다. 옛 홍주아문이 지금도 군청의 정문 노릇을 하고있다.

홍성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다면 주변을 좀 더 둘러보자. 바다건너 안면도는 이제 국민 관광지. 꽃지해변이나 솔숲 등 볼거리가 많다. 서산시의 간월암은 서산방조제 공사로 연결된 섬 아닌 섬. 암자 한 채의 작은 섬이 소박하면서도 정겹다. 옛 성곽의 고즈넉함이 그대로 남은 해미읍성과 마음을 씻는 개심사도 서산의 대표 볼거리.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도 근방에 있다.

남당항에서 40번 국도를 타고 남으로 7,8분 달리면 보령시 천북면이다. 천북굴구이는 굴구이의 원조. 껍질째 굽는 석화구이집이 해안가에 지천이다. 굴도 제철이라 주말에는 찾는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홍성=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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