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극장가를 가로지르는 두 편의 영화는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에서 이미 흥행성을 인정 받은 영화 두 편이다. 먼저 ‘오션스 트웰브’는 ‘오션스 일레븐’의 속편.
캐서린 제타 존스가 형사 역으로 가세해 ‘일레븐’에서 ‘트웰브’로 숫자를 늘렸다. 모든 속편에게 과제가 있다면 바로 업그레이드. 쟁쟁한 스타 파워로 무장한 이 시리즈는 스타의 숫자를 늘이는 것에서 해결책을 찾는데, 그 결과가 그렇게 만족스럽진 못하다.
전작에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털렸던 베네딕트는, 3년이 지난 시점에 오션 일당을 찾아 다니며 원금에 이자까지 합쳐서 갚으라고 윽박지른다.
이미 다 써버린 돈을 물어낼 재간은 없고 그들은 다시 한 탕을 계획하며 로마로 날아간다. 목표는 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는 황금달걀. 유로폴의 민완형사 이사벨이 지키는 가운데, 자신이 세계 최고의 도둑임을 자부하는 ‘밤 여우’ 툴루 또한 가세한다.
‘오션스 트웰브’가 관객에게 주는 쾌감은 단순 명료하다. 이 영화는 스토리의 치밀함보다는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캐서린 제타 존스, 줄리아 로버츠, 맷 데이먼 등 스타일 좋은 할리우드 A급 스타들이 토크 쇼에라도 나온 것처럼 농담을 주고받는 분위기를 선택한다.
브루스 윌리스가 깜짝 출연해 줄리아 로버츠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부분은 이 영화에서 가장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타 놀이’ 장면.
‘샤크’ 또한 ‘오션스 트웰브’처럼 물량주의를 전면에 내세운다. ‘슈렉’ 시리즈에 이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패러디 정신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샤크’는 윌 스미스를 비롯 로버트 드니로, 르네 젤위거, 안젤리나 졸리, 잭 블랙 그리고 마틴 스콜시즈까지, 엄청난 스타들이 목소리 배역을 맡았고, 바닷속 물고기와 상어 캐릭터들은 목소리를 맡은 배우들과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 채 등장한다.
마피아 영화 ‘대부’부터 코카콜라나 버거킹 같은 브랜드까지, 이 영화는 수많은 미국적 아이콘들을 패러디한다. 미국인들이라면 포복 절도하겠지만 한국 관객들에겐 조금은 ‘생뚱 맞은’ 코드가 될 듯. 경쟁사 디즈니의 ‘니모를 찾아서’와 비교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드림웍스의 ‘샤크’는, 화학 조미료가 조금 과다한 해물탕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쎈’ 맛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꽤 즐길만한 영화다.
노장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심리 스릴러 혹은 휴먼 드라마인 ‘클리어링’은 성공한 기업가가 납치당하면서 일어나는 인질극. 범죄 사건보다는 그 주변에 존재하는 인간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갈등 그리고 내면에 초점을 맞추는 이 영화의 압권은, 영국의 대배우 헬렌 미렌이 펼치는 심리 연기. 범인으로 등장하는 웰렘 데포도 인상적이다.
할리우드 영화 사이에 오롯이 자리잡은 한국영화 ‘철수♡영희’는 어린 시절 담벼락에 곧잘 했던 낙서를 연상시키는 추억의 영화다.
15년 전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라는 영화로 청소년들의 현실을 담아냈던 황규덕 감독은 1991년 ‘지금 우리는 사랑하고 싶다’를 거쳐 14년 만에 내놓은 세 번째 영화에서 작고 소박한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별로 자극적일 것 없는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잊혀진 것들에 대한 흐뭇한 환기 작용이다.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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