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올해 화두는 국민통합이다. 통합하면 으레 나오는 이념대립과 지역갈등을 극복하자는 정치적 개념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를 극복, 모두가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 복지적 통합을 말한다. 이런 통합을 위해서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역할을 정부가, 특히 보건복지부가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난 연말 김 장관은 두 번 울었다고 한다.
한번은 대구에서 네 살짜리 아이가 선천성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사망한 사건 때였다. 가난 때문에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어린 아이가 죽어야 했던 참담한 현실은 그에게 참을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는 "아이를 많이 낳자고 호소하는 마당에 있는 아이들의 생명조차 지켜내지 못했다는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사건 후 정부는 긴급 구호체계를 마련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이런 비극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성장과 복지의 ‘선(善) 순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전제는 성장 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안전망 확보로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어 모두의 에너지를 하나로 묶어내는 통합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복지는 소비적이고 시혜적인 게 아니라 새로운 성장을 위한 사회적 투자"라고 단언했다.
김 장관은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노동당 가입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눈물을 비쳤다고 한다. 그는 "국가보안법은 21세기와 양립할 수 없다"면서 "그 이유는 고문과 억압의 과거를 한풀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로 논점을 옮기면서 "국보법의 가장 큰 폐단은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창조적 상상력을 막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경제와 통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서슴없이 자신의 비전을 밝힌다.
지금 김 장관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대권주자들 가운데 가장 탄탄한 인맥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를 돕는 의원들이나 전문가들에게 "왜"라고 물으면 "독재의 폭압에 맨 몸으로 맞선 치열함, 그러면서도 적을 미워하지 않는 너그러움, 미래를 향한 비전, 겸손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약점이 있다. 바로 낮은 대중성이다. 지지도 조사에서 한 자리 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도 고민이 되는 대목이다. 2002년 대선 경선부터 최근의 국민연금 파동까지 노 대통령과 자주 대립하는듯한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에 노 대통령 주변의 기류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김 장관도 이런 문제들을 잘 안다. 그러나 달리 묘수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자기가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옳은 포석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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