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원이 5일 당 임시집행위원장을 맡아 3개월짜리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의 구원투수 역은 처음이 아니다. 2001년 민주당 지지율이 바닥을 칠 때 당 발전특위 부위원장을 맡아 ‘노무현 돌풍’의 원동력이 됐던 국민참여 경선제를 도입, 참여정부 출범의 기틀을 닦았다. 임 위원장 본인도 "대개 구원투수는 벌어놓은 점수를 지키려고 나오는 데 내 경우는 점수가 부족할 때 나왔다"며 "팔자려니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이 이날 중앙위에서 별다른 잡음 없이 집행위원장에 추대된 것은 4선의 경륜과 함께, 그에 대한 당내 각 계파의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그는 기획자문회의 위원장으로 모나지 않게 당무를 조율해왔고, 중진과 초·재선 사이의 가교역도 자임했다. 이달 말 원내대표 경선과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바짝 신경이 곤두선 계파들을 달래고 끌어안는 데는 임 의원의 이런 행적과 스타일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 역시 취임회견에서 "당이 밖에서 볼 때 분열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당내 화합과 단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일성을 냈다.
해직기자 출신인 임 위원장은 상황 판단력이 뛰어나고 재야파 소속이지만 균형감각이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국보법 개폐 협상과정에서 다른 재야파 의원과는 달리 대체입법을 매개로 한 타협을 주장했다. 이날 "민생·화합과 개혁을 병행해야 하며 당의 역량 배치나 일의 선후를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측근은 "문희상 의원과 더불어 원내대표 및 의장 후보로 동시 거론되고 있지만, 당의 화합을 위해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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