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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師弟] (4)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신영철 LG화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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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師弟] (4)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신영철 LG화재 감독

입력
2005.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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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만났을 때 이 사람은 풀이 죽어 시무룩해 있었습니다. 본인으로서는 엄청 어려운 시절이었으니까요. 지금이야 웃을 수 있지만…"

남자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50) 감독과 LG화재의 신영철(41) 감독. 첫만남부터 무려 17년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의 인연은 사제관계가 끈끈한 스포츠계에서도 유난한 것으로 정평이 있다. 지난 주말 서울 방이동 한국배구연맹 사무실에서 열린 감독자 회의 참석차 자리를 함께 한 두 사람은 첫만남부터 얘기를 풀어갔다.

"1988년 경기대 졸업 후 한전에 입단하면서 신 감독님(신치용)을 처음 뵀어요." 당시 국내 최고의 유망주 세터로 스카우트 표적 1호였던 신영철은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려 갈 곳 없는 처지에 몰렸다. 현대와 럭키금성, 고려증권 등 3개팀의 경쟁이 워낙 세게 붙었다가 렵퓻?3개팀이 ‘그렇다면 서로 안받겠다’고 단합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낙동강 오리알’이 돼버린 것.

"제가 전화해 찾아가 만났죠. 나중에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으니 같이 운동하자고 권유했습니다. 마냥 논다면 선수로서도 위험하구요." 신치용 감독은 "거액의 스카우트비는 커녕 단돈 1,000원도 줄 수 없는 팀으로 오라고 말하기 미안했다"고 말한다. "어려웠던 상황에서 신 감독님을 만난 것은 행운입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 그대로라니까요."

신영철은 이후 상무를 거쳐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마치고 삼성화재 선수 겸 코치로 다시 신치용 감독의 휘하에 들어간다. "제가 95년 삼성에 왔는데 적임자가 신 코치(신영철)라는 생각에 일부러 코치를 뽑지 않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코치와 선수로, 또 감독과 코치로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본선 진출 등의 위업을 이뤄냈다.

"신 감독님(신치용)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혹 잘못 된 길로 접어들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덕분에 정신상태를 바로 잡을 수 있었고 선수, 코치로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한 순간도 예의를 잃지 않는 후배에게 선배 감독도 한마디 거든다. "감독, 코치 입장에서 좋은 선수, 좋은 후배를 만날 수 있다면 서로가 행운이지요. 제 팀을 선택해 줘 고맙게 생각합니다."

첫만남부터 17년, 두 사람은 새로운 인연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신영철 코치가 지난 시즌 후반 삼성에서 LG화재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것. 이제는 라이벌팀의 감독 사이로 진검 승부를 겨루게 됐다. 지난 시즌 3번 대결 결과는 신영철 감독이 이끈 LG화재의 3전 전패.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선배라고 봐 준거"라고 엄살(?)을 부린다.

감독 초년병인 신영철 감독은 새삼 선배감독의 지도력을 되새긴다. "훈련할 때는 철저하세요. 빈틈이 없고 말 보다 행동이 앞서시죠. 제가 배운 건 지도자는 부지런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지건 이기건 나무랄 일이 아니지요. 누구든 기본에만 충실하면 됩니다. 열심히 안 한다거나 특히 거짓말을 하는 것을 탓해야죠."

후배를 아끼는 신치용 감독의 조언도 이어졌다. "속은 윗사람이 썩는 겁니다. 감독이 선수 때문에 속 안 썩으면 누구 때문에 썩겠어요? 신 감독(신영철)이 가끔은 화도 내야 되는데 어쩔 때 보면 혼자 끙끙 앓아서…" 신 감독은 "어째 생맥주 한잔 하며 얘기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신치용

경남 거제 출신. 부산 영남중, 성지공고,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한전 선수, 코치를 거쳐 1995년부터 삼성화재 배구팀을 지도, 슈퍼리그 8연패를 달성했다.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24년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다.

●신영철

경북 울진 출신. 대구 수성초등학교, 경북사대부중· 고, 경기대를 졸업, 한전과 삼성코치를 거쳐 지난해 2월 LG화재 감독에 부임했다. 84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탁월한 상황판단 능력을 인정받아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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