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선진 한국’과 ‘미래 관리’를 새해 국정 화두로 던지며 부처별로 선진국으로 가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전략지도)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선진 한국’의 뜻이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일단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잣대로 삼으며 이에 상응하는 시스템 및 국민의식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또 장황한 로드맵만 있을 뿐 구체적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2년간 정리한 100대 로드맵을 남은 임기 중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해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눈이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향하고 ‘선택과 집중’ 을 전략으로 채택한 것은 당연하면서도 반길 일이다. 가계와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차갑다는 조사가 연초에도 이어지고 있는데도 국가 지도자가 여전히 과거사 규명이나 총론적 개혁에 몰입한다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하지만 아무리 의욕이 강하고 좋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을 추진할 것이냐는 것은 찬찬히 따져 봐야 한다.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자세와 의지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으면 선진 한국도 공염불 혹은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할 뿐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반기업적 정서가 불필요하게 확산되는 것을 견제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지 않는 한, 경기부양을 위한 온갖 처방도 일시적이거나 제한된 효과밖에 거둘 수 없다.
때마침 삼성 LG 현대차 등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이 올해 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리며 적극적인 공격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선도기업들이 이처럼 나서줘야 수렁에서 벗어날 힘이 생기고 그것이 선진한국으로 가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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