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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국제 재난구호 상비체제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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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국제 재난구호 상비체제 마련을

입력
2005.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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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지진해일로 남부아시아에서 15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제 구호개발 NGO인 월드비전은 스리랑카, 인도, 인도네시아 등 피해가 가장 심한 5개국에 3,700여명의 구호요원과 5,000만 불의 자금을 투입해 식량, 식수, 의료지원과 지역사회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과 같은 대규모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들의 역할 분담과 이에 따른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재난 구호에 있어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우리 몸의 정맥과 동맥 역할을 한다면, 비정부기구들의 활동은 실핏줄의 역할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보다 넓은 차원에서의 구호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한다면, NGO들은 피해지역 주민과 직접 대면해 깊숙한 곳까지 구호활동이 미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구호를 필요로 하는 여러 국가에 대해 적지않은 규모의 정부 지원을 제공해 왔으며, 비록 소규모이긴 해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민간기구들과도 효과적으로 협력해 왔다. 이러한 협력체제는 이번 남부아시아 재난 구호활동을 통해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이번 재난과 관련, 한국을 포함한 45개국이 이미 총 20억불에 달하는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대규모의 국제 재난 발생 시 우리가 국가위상에 걸맞은 수준으로 효과적이고도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구호를 위한 자금, 전문인력, 물자에 대한 상비동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같은 상비체제야말로 재난피해의 초기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더불어 해외재난사태에 대한 지원금의 규모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현재 외교통상부의 해외재난구호금으로 책정돼 있는 고작 1년 100만 불로 한정돼 있다. 이 뿐 아니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금액도 국민총소득(GNI)의 0.06%에 불과하다. 국민 한명이 한 달에 500원 정도를 부담하는 꼴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비율이 0.23%임을 감안한다면 저개발국가에 대한 우리의 지원금이 경제규모에 비해 얼마나 적은지 알 수 있다. 이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뿐 아니라 민간차원의 구호활동도 전략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많은 민간 NGO와 의료팀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재난 구호에는 긴급 대처가 물론 중요하지만 얼마나 전문적, 전략적으로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일반적 오해 중 하나는 재난 시 될 수 있는 한 많은 인력과 자원이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긴급구호 활동에는 전문적인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전문적 기술과 경험을 결여한 이들의 막연한 의욕은 오히려 구호활동의 효과 및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되어야할 소중한 자원을 엉뚱하게 낭비하게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 재난구조는 피해자들을 당장 사지(死地)에서 구출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긴급의료 및 식량지원 이후에는 장기적 재건 및 개발 지원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월드비전의 경우 이번 재난 발생 최초 6 주에서 8주까지는 긴급 구호 대응, 이후에는 지역사회 재건과 지역사회 경제회복 및 인프라 구조 등 총 4 단계 계획으로 구호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하나의 시험 무대에 서있다. 이번 남부 아시아의 피해자들이 다시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가 여부는 국제사회가 얼마나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했던 시기를 거쳐 이제 경제규모 10위 권의 큰 나라로 성장했다. 그에 합당한 국제적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박종삼 한국월드비전 회장·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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