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5일 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와 중앙위를 차례로 열어 4월2일 전당대회 새 지도부 선출 전까지 임시집행위원회 체제로 당을 운영키로 하고, 임채정 위원장 등 11명으로 임시집행위를 구성했다. 우리당은 대외 협상력 등을 고려, 임 위원장을 ‘당 의장’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날 임시집행위 구성 과정은 예상보다는 순조로웠다. 이날 연이은 회의에서 사전에 점쳐졌던 계파 대결은 별로 없었다. 지도부 총사퇴라는 비상상황 속에서 더 이상의 분란은 공멸을 부를 것이란 인식을 공유한 때문이다.
오전 연석회의에선 임시집행위 구성절차를 놓고 약간의 이견이 노출됐다. 당초 연석회의에서 인선을 마무리 짓고 이를 오후 중앙위로 넘겨 의결하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었으나, 제동이 걸린 것. 유시민 의원 등은 "당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위 권한이 수없이 무시됐다"며 "중앙위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호웅 의원은 "비상 상황인 만큼 여기서 정치적 합의에 따라 인선을 마무리 짓자"고 말했다. 유인태 의원은 유시민 의원에게 "유 의원과 중앙위원이 당을 장악한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결국 임시집행위원 인선을 위한 별도의‘전형위원회’를 구성키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중앙위로 넘겼다. 또 임시집행위원은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의장경선 출마를 금지토록 하는 데도 합의를 이뤘다.
오후 중앙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중앙위는 회의 시작 15분여만에 만장일치 박수로 임채정 의원을 임시집행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전형위원회 구성도 생략했다. 계파별 지분요구 등으로 큰 진통이 예상됐던 나머지 10명 위원의 인선 역시 1시간여만에 마무리됐다. 전날 밤 각 계파 대표가 모여 절충한 방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혼란을 최소화 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물론 "위원들의 인선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 밝혀라"(정청래 의원), "여성 몫이 부족하다"는 반발도 있었지만 대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매끄러운 출발과는 달리 임시집행위의 앞 날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임시집행위가 이해가 다른 당내 계파별, 지역별 대표로 구성된 것부터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각 계파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정하겠다는 취지지만, 거꾸로 임시집행위가 충돌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구성으로 향후 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파간 당권경쟁과 갈등을 수습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당장 원내대표 경선에서 불거질 당권파와 재야파의 반목을 임시집행위가 조정하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당내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겠다"는 임 위원장의 취임 일성에서도 임시집행위의 험로가 역설적으로 읽힌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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