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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샤크' - 본듯한… 패러디로 인간군상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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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샤크' - 본듯한… 패러디로 인간군상 풍자

입력
2005.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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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영화는 크게 성공한 작품들의 널리 알려진 여러 장면들을 웃음기와 함께 버무려 만든 영화다. 잘 알려졌듯이 ‘총알 탄 사나이’(1990년) ‘롱풀리 어큐즈드’(1998년) ‘무서운 영화’(2000년) 등이 이에 속한다. 대부분의 패러디영화는 그럭저럭 흥행에는 성공하지만, 튼실한 이야기 구조보다는 헛헛한 우스개에 집착하기 때문에 비주류로 인식된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제작사들이 패러디 영화를 정색하고 만들지 않는데 반해 디즈니-픽사 콤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드림웍스는 패러디를 과감히 차용한 애니메이션을 곧잘 만들어왔다. ‘슈렉’(2001년)에서는 ‘와호장룡’ ‘인디아나존스’ ‘매트릭스’ 등을, ‘슈렉2’(2004년)에서는 ‘미션 임파서블’ ‘반지의 제왕’ ‘스파이더맨’을 맛깔스럽게 변형시켜 ‘짭짤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샤크’(원제 Shark Tale)역시 예외일수 없다. 여러 히트작에서 빌려온 재기 발랄한 장면들이 눈길을 끈다. 초승달에 앉은 소년이 낚시대를 드리우는 드림웍스의 시그널 장면을 살짝 비튼 도입부부터 적잖은 패러디가 영화 속에 녹아있음을 예고한다. ‘따~단 따~단 딴다 딴다’하는 배경음악과 함께 미끼 주변을 도는 상어의 등장은 영락없는 1975년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의 모습이다.

‘스피크 소트틀리 러브’가 조용히 흐르는 가운데 어두운 실내에서 ‘사업’을 논하는 상어의 모습은 ‘대부’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상어 갱단의 거처인 거대한 침몰선이 타이타닉호와 같다는 사실도 한눈에 알 수 있다. 해마들이 경주를 벌이는 장면서는 "선두는 씨비스킷"이라는 말로 ‘씨비스킷’을 노골적으로 변주한다. ‘상어 킬러’ 오스카와 상어 본능을 잃은 레니가 펼치는 일대 사기극은 ‘드래곤 하트’의 판박이다. ‘샤크’는 심지어 경쟁사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비틀기도 한다. 화가 나면 몸이 부풀어 오르는 복어와 채식주의자 상어는 지난해 개봉한 ‘니모를 찾아서’의 여러 장면을 바로 연상시킨다.

이런 패러디를 통해 ‘샤크’가 정작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세계에 대한 풍자와 조롱이다. 뉴욕 타임스퀘어를 닮은 바다 속 도시 어류의 군상들은 우리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천한 물고기 오스카는 펜트하우스로 상징되는 신분상승을 꿈꾸고, 강한 자는 매사를 폭력으로 해결하려 한다. 영화는 허풍쟁이 오스카를 영웅으로 키운 미디어의 선정성에 일침을 가하기도 하고, 채식주의자라고 ‘커밍아웃’한 레니를 통해 마이너리티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고개를 흔들며 말을 더듬는 상어 대부 리노, 두툼한 입술로 수다를 떠는 오스카와 목소리 연기를 한 로버트 드니로, 윌 스미스를 비교해 보는 것도 즐겁다. 7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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