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피해자들 대부분이 정신적 고통에 몸서리를 치며 ‘쓰나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4일 스리랑카 팔리시 북쪽 해안가에서 멍하니 해안가를 바라보던 비야르실리(39·여)씨는 "지진 해일 참사로 6남매를 모두 잃었다"며 "남편과 함께 곧 세상을 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스리랑카 카라피티야 병원의 한 남자 환자는 계속 머리를 벽에 부딪치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 하고 있다. 이 병원 정신과의 로이반 박사는 "수십 명의 지진해일 피해 환자들이 불안에 떨고, 말이 오락가락 하고,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아체에서 고아가 된 니르완시야(13)군은 하루종일 "엄마, 아빠"만 외“?있다. 스리랑카 사인타마루투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일본인 의사 야마시타 도모코씨는 "주민들이 부서진 집들을 보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심리적 우울증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체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TO) 의료단은 4일 "지진 해일 이후 생존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현상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PTSD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상황을 겪은 후 나타나는 정신적 장애로 최소한 1개월 이상 지속된다.
한편 이번 지진해일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이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유엔은 4일 경고했다. 유엔은 "입양을 허가 받은 사람들이 인도네시아 아이들을 말레이시아로 팔아 넘기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며 "질병과 배고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인신매매의 위험에까지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최근 아체 어린이 300명이 다른 지역으로 입양됐다. 기금은 "일명 ‘쓰나미 세대’로 불려지는 이 지역 어린이들이 인신매매를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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