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주식시장이 기업들의 실적악화 전망에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주요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20% 가량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올 1분기 실적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포스코를 시작으로 14일 삼성전자, 20일 현대자동차 등 다음주부터 주요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올 1분기 실적 전망치가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5일 거래소 시장에서는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악화 우려로 대형 정보기술(IT)주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43만원대로 하락 출발했으나, 기관 중심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여 결국 0.89% 떨어졌다. 특히 실적악화 우려가 집중된 디스플레이 업종의 경우 LG필립스LCD가 지난 이틀간 큰 폭 하락에 이어 이날도 보합세로 마감했고, 전날 6% 이상 급락했던 삼성SDI도 하락세를 지속하며 10만원 선을 간신히 유지했다. 영업이익 88% 감소가 예상되는 한국전력도 3.81% 급락했다.
금융정보분석업체 FN가이드가 증권사들의 추정치 평균을 조사한 결과,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20개사(금융사 제외)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 대비 10.4% 감소한 8조8,888억원에 그쳤다. 순이익은 21.9% 줄어든 6조8,927억원에 머물고, 매출 역시 68조4,902억원으로 2.8%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분기(2조7,423억원)보다 47%나 감소한 1조4,5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 의견을 내놓았으며, 모건스탠리증권과 BNP파리바 등 외국계 증권사도 전분기 대비 41% 줄어든 1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전력과 LG필립스LCD는 영업이익이 각각 88.6%, 77%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KT와 LG전자의 영업이익도 17%, 25.9% 줄어드는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이익 감소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올 1분기 실적은 지난 4분기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4분기보다 2.5% 줄어든 2조3,917억원으로 추정됐다(증권사 평균). 지난해 동기대비 40.34% 급감한 수준이다. 우리 교보증권 등은 LG필립스LCD의 경우 1분기에 1,000억원 가량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에 비해 21.47% 줄어든 1,337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김지환 연구위원은 "주요 기업의 지난해 동기대비 1, 2분기 영업이익 감소율이 각각 7%, 8.1%에 달할 것"이라며 "이 같은 실적 부진으로 올 1분기 증시는 8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교보증권 김정표 투자전략부장도 "이번 실적시즌은 올 1분기 전망이 더 좋지 않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증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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