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협상 타결’이라는 멋진 선물에도 불구하고 신년 벽두부터 LG카드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틀 연속 장 시작과 함께 하한가로 추락해 매물 잔량만 두텁게 쌓이고 있으니 바닥이 어디인지 예측이 쉽지 않다. 완전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에 대한 대가가 고작 ‘주가 폭락’이라니, 누가 봐도 아이러니다.
하지만 LG카드 주가 폭락은 이미 오래 전 예고된 것이었다. 영리한 투자자들이 "청산이나 상장 폐지 등 극단적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쳐도, LG카드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 감자가 뒤따를 것임은 지난해 중반 이후 주지의 사실이었다. 11월 회계법인 용역 보고서에서는 ‘5.7대 1’의 감자비율이 구체적으로 공개되기까지 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터무니없이 높게 형성됐다"는 증권사의 숱한 경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들에게 LG카드 주식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모 아니면 도’ 식의 투기 대상일 뿐인 듯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카드의 적정 주가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최근 주가(1만5,000원대)는 최소한 적정 주가의 10배 이상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자 일정 확정’이 폭락의 계기로 작용했을 뿐, 언제든 주가 하락은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물론 막차를 탄 투자자들은 매도 타이밍조차 잡지 못한 채 고스란히 손실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동아건설,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그리고 심지어 지난해 초 ‘44대 1’의 감자를 앞두었던 LG카드 주식까지. 숱한 경험 학습에도 불구하고 소액 투자자들의 되풀이되는 ‘폭탄 돌리기’는 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치 투자의 원년’이라는 2005년 증시의 구호가 무색할 뿐이다.
이영태 경제과학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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