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업무가 과중한 30~40대, 외식이 많은 직장인, 야근이나 밤샘작업이 잦은 컴퓨터 관련 직장인, 그리고 접대할 일이 많은 직장인들이 지방간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흔합니다.
지방간으로 진단 받았다면, 우선 본인의 식생활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야근이나 밤샘작업으로 야식을 자주 드시지는 않으셨는지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또는 습관적으로 술과 콜라, 주스, 커피 등의 단순당을 함유한 음료를 많이 드시지는 않았는지요? 외식을 할 때 한식보다는 양식이나 고지방 식품을 자주 드시지는 않았는지요?
지방간은 누구나 있다며 이런 이유로 금주나 식사조절을 한다면 주위로부터 비웃음을 살 것이라고 고민하던 직장인 환자 분이 생각납니다. 정말 그럴까요. 물론 지방간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확고한 의지로 금주와 체중조절만 2~6개월 정도 확실하게 하면 지방간은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입니다.
그러나 이는 초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며,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3분의 1정도는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활동량은 부족하면서 술, 야식, 단순당 음료 등 고열량 식품을 계속 드시는 분이라면 올해부터는 철저히 식생활 조절을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 야식은 가급적이면 피하고, 부득이 먹어야 한다면 기름지지 않은 담백한 음식으로 소량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술 역시 피하는 게 최선이지만, 정 드셔야 한다면 3잔 이하로 줄입시다. 콜라, 커피 등의 음료는 블랙커피, 녹차, 둥굴레차 등으로 바꿉시다. 외식할 때는 영양은 균형 있게 섭취하면서 먹는 양은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비빔밥 같은 음식 종류를 선택합시다.
가족의 식사는 열심히 챙기면서 자신의 식사는 밥과 김치로 적당히 때우기 쉬운 40~50대 중년주부도 지방간에서 안전하다고 만은 할 수 없습니다. 한 끼 정도 거르고 다음 끼니에선 과식하는 불규칙한 식습관이나 다음 끼니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먹게 되는 빵 떡 과일 주스류의 과다 섭취, 계모임에서 즐겨 먹는 냉면이나 칼국수 등 당질 위주의 식습관은 술을 먹지 않아도, 지방간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영양교육을 받은 후 빵 떡 과일의 섭취량을 줄이고 매끼 식사를 생선이나 고기류, 채소류로 균형있게 식사하면서 1개월 뒤 복부지방과 함께 지방간의 확연한 감소로 기뻐하던 한 중년 여성환자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간식섭취를 줄이고, 밤 9시면 어김없이 주변 학교운동장을 걸었다는 이 여성은 처음엔 운동장 3바퀴도 돌기 어려웠는데 이젠 20바퀴도 거뜬하게 돈다며 자랑하더군요.
자식을 모두 출가시키고 쿠키 및 제빵기술을 배워 즐거운 취미생활을 하다지방간 진단을 받고 낙담하던 한 노부인이 영양교육실을 찾았습니다. 그 노부인은 친구들과 유명한 맛집을 찾아 다니며 외식을 즐기다 복부비만과 체지방이 증가한 경우였습니다. 1년에 걸친 영양교육을 받으며 노부인은 서서히 지방간을 치유했고, 쿠키나 빵을 만들어 먹던 즐거움은 선물하는 즐거움으로 바꾸었습니다. 지속적인 영양교육을 통해 서서히 지방간이 치료되었을 때 조그마한 상자에 직접 구우셨다는 쿠키를 가지고 ‘저는 절대로 안먹었어요’ 하던 환자분의 방문에 함께 기뻐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조영연 삼성서울병원 영양파트장
● 필자 약력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 메모리얼 병원 연수, 전국병원영양사회 회장 역임, 현재 보건복지부 식품위생심의위원회위원, 대한당뇨병교육영양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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