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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 신년기고] (3.끝) 한·미·일 동맹의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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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 신년기고] (3.끝) 한·미·일 동맹의 성숙

입력
200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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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미국 외교정책에서 미일, 미한 동맹관계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게는 유럽이 가장 중대한 관심의 대상이었음은 부인키 어렵다. 이 지역은 군사적으로 강국이면서도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유럽지역과 더불어 중동지역도 1979년 이란 혁명 이래, 더 길게 잡으면 70년대 초 오일쇼크 이래로 미국의 외교 전략가들에게 중대한 지역으로 간주돼 왔다.

이와 달리 아시아 지역은 미국 외교 정책가들에게 큰 관심을 쏟을만한 주요 지역은 아니었다. 미국이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을 신뢰하는데는 수 십년이 걸렸다. 미국으로서는 군사적으로 축소된 일본의 모습이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됐다. 일본의 주변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국제정치에서 하루 아침에 큰 변화란 없다. 미한, 미일 동맹관계는 수년동안 점진적인 변화를 겪어왔다는 말이다. 물론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이 베트남전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해부터 미한, 미일 동맹관계는 보다 정상화, 보다 세계화하는 변화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호주의 동맹관계에 미한, 미일 동맹관계가 가세, 태평양과 동아시아가 중요한 전략지역으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해 가장 눈에 띈 사건은 한국군 3,500여명과 일본 자위대 600여명이 미국을 지원하기 위해 이라크에 파견된 것이다. 이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가인 유럽의 프랑스와 독일이 군대 파견을 거부하고, 스페인이 도중에 철군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유럽에 대한 의존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다.

그렇다고 모든 미국인이 유럽 동맹국들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는 것은 아니다. 근래 한국에서의 반미 감정 등 미한 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 대해 한국에게만 비판의 화살을 돌리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히려 미국의 저명한 아시아전문가 커트 캠벨은 미국이 아시아의 전통 우호 동맹국인 한국 등에게 소홀하고 중국의 급성장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비판한다.

또 다른 변화의 조짐도 있다. 부시 행정부의 관료이자 학자인 마이클 그린이 지적한 것 처럼 이제 일본은 보다 현실적인 외교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상주의적이며 평화주의적인 외교정책의 기조가 사라지고, 보다 적극적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잠수함의 영해 침범은 일본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절감케 하는 계기가 됐다. 또 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 계속되는 북핵 의혹, 일본인 납치 사건과 관련한 북일의 교착상태 등도 일본이 부시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동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과 한국도 양국간의 이견 노출은 자칫 북한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토록 하는 빌미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어 양국간에 몇 년 전과 같은 불협화음은 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와 달리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의 역할이 그렇게까지 중대하다고 할 수 없을 때, 미국으로서는 미군을 절실히 필요한 곳으로 돌려 활용하는 것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한국군의 전투력이 나날이 증강돼 자체 힘만으로 이미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현 시점에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미군 전력을 줄이는 것은 양국에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

미국과 서태평양의 지역적 네트워크는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보다 느슨하지만 오랜 기간 진화, 발전됐다. 앞으로 북한 문제와 중국의 세력화 등 도전적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서 미국과 이 지역 동맹국들은 서로 이해하고 이견을 건설적으로 조정하는 성숙된 협력이 요망된다.

마이클 오핸런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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