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방부 2층 대회의실에서 거행된 장군 진급자 62명의 신고식. 윤광웅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삼정도와 계급장을 받는 영광스런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대뜸 장성 부인들에게 "장군의 부인은 장군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 본분에 걸맞게 행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순간 지난해 연말 터진 장성진급 비리 파문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육군 장성 진급자 34명의 얼굴이 납빛이 됐다. 한 관계자는 " ‘돈별’이니 ‘식모별’이니 온갖 얄궂은 소리가 떠도는 판에 아니함 만 못한 말씀이었다"고 전했다.
올해 육군 장성 진급자들은 이래저래 마음이 무겁다.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별을 달았지만 자랑은커녕 누가 장군 진급자라고 지목할까 겁이 날 지경이다. A장군은 "가족들까지 이상한 눈초리로 볼 때는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장군진급 축하연은 대부분 포기했다. B장군은 지난해 연말 고향의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성대한 축하연을 베풀어 주겠다는 제안을 듣고 "꿈에라도 그런 일일랑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C장군은 고향에 걸린 플래카드만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진급이 확정되자 시골 고향에서는 ‘마을 생기고 처음 난 장군’이라며 대형 플래카드를 읍내에 내걸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이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플래카드를 내리면 ‘진급비리에 연루돼 별이 떨어졌다’는 헛소문이 돌 수 있기 때문. C장군은 "플래카드를 보는 고향 분들이 자긍심보다 군에 대한 반감만 키울까 걱정"이라며 착잡해 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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