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싱츠(周星馳·43)는 당연히 웃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매우 점잖았다. 새 영화 ‘쿵푸허슬’(14일 개봉) 홍보차 한국을 찾은 저우싱츠는 4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짧고 신중하게 답했다. 함께 출연한 조연배우 임자총(林子聰)도 "감독 신분일 때는 매우 엄격하고 웃지도 않고 배우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분"이라고 평할 정도였다. 전작 ‘소림축구’(2001)에 이어 그는 ‘쿵푸허슬’의 각본 주연 감독 제작까지 1인4역을 도맡았다.
‘소림축구’가 홍콩에서 역대 최고 흥행기록(7,200만 홍콩달러·약 115억원)을 세우며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터라 신작 ‘쿵푸허슬’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와호장룡’(1,800만 달러)을 능가하는 2,4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번 작품은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 콜럼비아 트라이스타가 투자, 배급을 맡았다. 그러나 정작 저우싱츠는 "할리우드가 내 영화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는 다소 썰렁한 반응이었다.
‘저우싱츠식 유머’로 불리는 독특한 코믹 장르를 개척해 온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많이 봤던 게 영화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바로 일상 생활. "여러분도 주위를 잘 돌아보세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겁니다."
새 영화 ‘쿵푸허슬’은 1940년대 중국 상하이(上海)를 배경으로 하층민들이 모여 사는 ‘돼지촌’을 접수해 조직의 보스에게 잘 보이려는 주인공 싱(저우싱츠)과 ‘돼지촌’ 주민들의 대결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저우싱츠는 이 영화에서 브루스 리(李小龍)식 정통 쿵푸에서 청룽(成龍)식의 아크로배틱 쿵푸까지 선 보인다. "어렸을 때 나는 브루스 리를 닮고 싶고, 무술을 연마하고, 지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나에게 쿵푸는 신앙이다. 쿵푸는 용기나 노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모든 생활 태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쿵푸 이야기에 이르자 시종 진지했던 그의 얼굴에 잠시 아이처럼 천진한 표정이 떠올랐다.
‘엽기적인 그녀’ 등 많은 한국영화를 봤다는 저우싱츠는 "한국 영화는 매우 창조적이어서 할리우드에서도 환영 받을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국제적인 소재를 다룬다면 진출이 더욱 쉬울 것"이라고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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