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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 이것이 살길이다] (9) 세계 최고품질 일본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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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 이것이 살길이다] (9) 세계 최고품질 일본 쌀

입력
200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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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외국산 쌀 의무수입물량(TRQ)을 두 배 늘려주는 대가로 시장개방(관세화)을 2014년까지 10년간 추가 연장했다. 그러나 일본은 1999년 자진해서 관세화를 선택했다. 일본은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관세화를 2000년까지 유예 받았으나, ‘개방이 대세라면 관세화가 유리하다’며 관세화로 전환했다.

관세화 전환에도 불구, 일본 시장은 일본 쌀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주일 대사관 김홍우 농무관은 "1,300%에 달하는 고율관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 국민들이 자국 쌀을 맹목적이라고 할 정도로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70% 이상은 ‘외국 쌀이 아무리 싸도 일본 쌀을 먹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값이 싸면 수입 쌀을 먹겠다’는 응답이 54%에 달하는 우리나라(농촌경제연구원 2004년 1월 조사)와 대비된다.

일본인들의 자국 쌀에 대한 충성도는 무엇 때문일까. 가격이 싸서 일까. 물론 아니다. 일본 쌀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평범한 일본 사람이 먹는 보통 쌀도 5㎏에 2,000~2,500엔이다. 80㎏ 1가마가 40만원인 셈인데, 이는 우리나라(80㎏ 20만원)보다 두 배 비싼 것이다. 일본인들이 ‘세계 최고 쌀’로 자부하는 특별미(特別米)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니가타(新潟)현 우오누마 지방의 고시히까리나 아키타(秋田)현 아키타코마치 가격은 5㎏에 4,500~5,000엔에 달한다.

일본 쌀이 개방 파고를 이겨낸 것은 고급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 쌀보다 4~5배 비싼 특별미를 재배하는 니가타와 아키타에서는 농민과 농협, 농정당국이 쌀의 고급화를 위해 일본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아키타현청 농림수산부 생산진흥반 토요시마 켄키치(豊嶋健吉) 반장은 "‘아키타 미인’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아키타는 미인이 많은 지방인데, 이들이 아키타코마치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토요시마 반장에 따르면 아키타현은 관내 12만㏊ 논을 5가지로 분류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토양에 따라 쌀 재배방법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유기물 함유량이 많은 ‘그라이(Gly)’ 토양은 아키타 전체 논의 30%인 4만8,000㏊에 달하는데, 초기 생육조건 확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 토요시마 반장은 "10년간 현내 구석구석을 돌며 토양을 분석, 전체 논의 22%는 모내기 때 물관리를 잘해야 하는 회색저지(灰色低地) 토양이며 12%는 미네랄과 인산 비료를 많이 줘야 하는 흑토(黑土)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소개했다.

토양 특성에 맞게 재배된 아키타코마치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현내 4~5개 도정공장에서 가공돼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특히 아키타시 외곽 중앙산지(中央産地) 정미소에는 생명공학, 로봇공학 등 일본이 성취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다. 사이토 마사키(佐藤正己) 관리인은 "대지 3,800평, 건평 1,290평으로 연간 7만톤의 쌀을 도정할 수 있는데, 모든 시설이 세계 최고"라고 소개했다. 사이토 관리인은 "위탁되는 쌀이 아키타코마치인지 가려내기 위해 유전자(DNA) 분석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도정된 쌀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6대의 첨단 로봇이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미소에는 또 밥을 짓기 전에 물로 씻지 않아도 되는 무세미(無洗米)라는 특수 쌀도 만들어내고 있다. 무세미는 1차 도정된 쌀을 감자 전분으로 만들어진 지름 2~3㎜의 알갱이와 섞어 가공해 만들어지는데, 일반 쌀보다 1㎏에 100엔 비싼 가격에 팔린다. 사이토 관리인은 "쌀은 도정한 지 15일 이내에 먹어야 가장 맛이 좋다"며 "우리는 아키타코마치의 제 맛을 보여주기 위해 전국에서 밀려오는 주문을 당일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고급 쌀을 향한 일본 농민의 노력은 이 뿐만이 아니다. 니가타 고시지마치 지역의 농민들은 인공위성까지 동원하고 있다. 쌀 수확기에 앞서 매년 8월 미국 회사에 위성 사진촬영을 의뢰하고 있다. 밥 맛을 떨어뜨리는 단백질 함량을 위성사진으로 분석, 벼에 단백질이 축적되기 직전에 수확을 하고 있다. 일본 츠쿠바(筑波)대 작물연구소에 파견 근무중인 농촌진흥청 오세관 박사는 "일본은 최근 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완전 해독, 일본 최고 쌀인 우오누마 고시히까리를 일본 전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자칫 방심, 한일 자유무역협정에서 쌀 무역이 자유화할 경우 일본의 고급 쌀이 우리나라 고급미 시장을 석권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아키타=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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