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정예조종사를 양성할 항공기를 점검하는 데 총장이 가만 있을 수는 없지요. 더구나 우리 손으로 만든 첫 초음속 항공기 아닙니까."
5일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실시될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시험비행을 앞두고 이한호 공군참모총장은 가벼운 흥분과 함께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식생산에 앞서 개발중인 항공기(시제기·試製機)를 점검하는 ‘테스트 파일럿’으로 4성 장군인 참모총장이 직접 나서는 것은 외국에서도 거의 전례가 없는 일. 800여회의 시험비행을 거쳤다고 하지만 아직은 ‘미완의 항공기’라는 주변의 걱정에도 이 총장은 아랑곳 않는다.
한시간 정도에 달하는 시험비행인 만큼 위험은 예측불허다. 활주로를 발진한 항공기는 곧바로 남하, 남해안 상공 3만피트(약 9,000m) 높이에서 음속을 돌파한 뒤 마하1.2의 초음속으로 날며 성능을 점검 받는다.
이 총장은 최단선회반경으로 360도를 회전하는 ‘급선회’와 기체를 축으로 한바퀴 도는 ‘A자롤’, 대형 원을 그리는 ‘루프(loop)’ 등 고난도의 공중기동도 시도할 계획이다. 숙련되지 않으면 젊은 조종사라도 자칫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을 잃는, 이른바 ‘블랙아웃(black out)’에 빠질 수 있는 조종술이다. 이 총장은 이런 다양한 기동을 통해 항공기의 세세한 상태와 성능을 지상의 임무통제실에 실시간으로 전달하게 된다.
임관 후 35년에 걸쳐 4,300여시간의 비행기록을 가진 이 총장은 공군의 주력기인 F-4D와 F-16, F-5에서부터 러시아제 Su-30과 MIG-29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투기를 경험한 베테랑 파일럿. 총장이 된 이후에도 매년 서너 차례 지휘비행으로 비행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장이 T-50에 각별한 애착을 보이는 것은 최초의 순수 국산 초음속 항공기이기 때문이다. 1997년 개발에 착수한 T-50이 올해 10월 본격 생산을 시작하면 한국은 세계 10번째 초음속 항공기 생산국가가 된다. 양산에 들어가면 300억달러(약 30조원 상당)의 수출고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F-16과 유사한 전자시스템에 각종 비행훈련 장비를 완비한 T-50은 유사시 지상공격기로서의 임무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무장탑재가 가능하다. 공군 관계자는 "참모총장의 시험비행은 T-50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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