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두 번째로 가난한 경남 남해군 이장(里長) 출신 의원이 농림부 장관이 됐다.
4일 개각에서 신임 농림부 장관이 된 박홍수 열린우리당 의원은 여러모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우선 그는 현 정권이 선택한 두 번째 이장 출신 장관이다. 그것도 첫번째 이장 출신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고향이 같다. 김 전 장관은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 이장이고, 박 장관은 1982년부터 3년간 고향인 창선면 진동리 장포마을 이장을 지냈다.
박 장관은 또 최초의 농민단체장 출신 농림장관이다. 그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함께 국내 양대 농민단체 중 하나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중앙회장을 99년부터 2002년까지 지냈다. 중앙회장 시절 농가부채 경감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전국농민대회 등을 주도했는데, 고속도로 점거시위 주도혐의 등으로 10여 차례 재판을 받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은 "남해 대농(大農)의 아들로 태어난 박 장관이 17대 국회의원 재산 등록 당시 ‘부채 2억원’으로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한 것도 ‘열심히 일해도 빚만 늘어가는 농촌 현실’에 분개, 농촌 운동에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 장관은 고향의 논밭을 팔아 2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갚았지만, 아직도 빚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박 이장이 장관으로 발탁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7~8년 전부터 농촌문제를 토론하던 사이였으며, 지난 대선 때는 경남과 충청지역 농민표를 끌어오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농림부 주변에서는 오래 전부터 노 대통령이 박 장관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은 국정감사 때도 동료 의원들과 달리 무리한 주장을 펴지 않았으며, 국회의원 등이 나선 ‘쌀 재협상 요구 결의안’에 서명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마음을 읽고 일찍부터 장관직 등용을 염두에 둔 행보를 했다는 것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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