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을유년 한반도 정세/ 與·野 전문가 대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을유년 한반도 정세/ 與·野 전문가 대담

입력
2005.01.05 00:00
0 0

광복 60주년이자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이 되는 을유년 새해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남북관계와 한미, 북미 관계 등 한반도 정세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치권에서 국제문제에 정통한 열린우리당 유재건, 한나라당 박진 의원을 초청, 신년 대담을 가졌다.

▦ 유 의원= 북한 정권은 노동당 창당 60주년을 맞은 올해를 자주통일원년으로 선언하며 이상 없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경제개혁 실패 등으로 체제불안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공안 조사청은 북한의 2002년 경제개혁이 심각한 물가상승을 불렀고, 오히려 사회불안과 빈부격차를 심화 시켰다고 밝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같은 내부 불안과 반발을 무마하고 대외적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6자 회담에 참여하는 등 대외 관계에서 의외로 적극성을 띨 가능성이 있다.

▦박 의원= 북한에게는 올해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경제 위기와 함께 북핵 문제는 또 다른 위기다.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은 핵 동결 대신 핵 재가동을 선택했고 플루토늄 추출과 농축 우라늄 개발 의혹에 대해서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3차례 열린 6자 회담도 실질적인 결실이 없었다. 올해 열릴 것으로 보이는 4차 6자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 미국에서 6자 회담 회의론이 고개를 들 것이며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유 의원= 북한 정권에게는 인민을 먹여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의 태도를 주의 깊게 볼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충돌보다는 적대 관계를 푸는 쪽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대남 관계도 개성 공단 공동개발을 계속 추진하면서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다. 이런 분위기로 미루어 남북 특사교환이나 정상회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박 의원= 동북아 정세도 크게 요동칠 것이다. 특히 지정학적, 경제적,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경쟁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2월에 발표할 미일 안보공동선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나라는 중국과 대만의 관계,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아태지역 정세의 양대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비한 양국의 안보협력강화가 예상된다. 중국과 대만은 신경전 단계를 넘어 무기구입경쟁 등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이다.

▦유 의원= 군사 강대국을 추구하는 중국과 미국의 군비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은 심각한 역사왜곡으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보듯 끝없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동북아 지역 정세는 휴화산이며 폭풍전야다.

▦박 의원= 우리는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활발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배제된 채 중국과 미국 간 전략적 합의에 의해 북핵 문제가 끝나 버릴 수 있다. 100년 전 가쓰라-태프트 밀약에 의해 한반도 운명이 바뀐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유 의원= 정부는 우리와 함께 개혁 개방에 나서면 득이 될 뿐더러 북한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에너지 자원이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 등 남북이 함께 다양한 개발사업에 참여하자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정상회담에 나서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 북한에 전달돼야 한다. 단, 국내외적으로 우리 정부가 그 동안 채찍 없이 당근만 추구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 의원= 북한 내 체제균열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는 얘기가 많다. 김정일 위원장의 선택은 두 가지다. 군부를 강화해서 강성대국으로 나가는 것과 북핵 문제 해결을 포함한,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실용주의적 선택이다. 대북 특사든 남북 정상회담이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북핵 문제 해결이다. 북한은 핵을 동결하고 사찰 받고 폐기하는 단계적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경제적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유 의원= 북한은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일단 6자 회담에 나올 것이다. 우리는 몇 가지 대안을 갖고 6자 회담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설득하는 한편 북한이 국제 사회에 약속한 것 중에 한 가지라도 실행에 옮겨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박 의원= 북한이 실용주의적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 북한이 그런 선택을 하도록 6자 회담에서 나머지 5개국이 한 목소리로 북핵 문제를 지금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북한에 전해야 한다. 북한이 시간을 끌며 벼랑 끝 전술을 고수한다면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유 의원= 많은 사람들이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콘돌리사 라이스 보좌관이 국무장관이 된다고 해서 ‘북한은 이제 큰일났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미 국무장관이란 자리가 일방적으로 강력하게 나갈 수만은 없는 자리라는 것을 정치학 교수 출신인 라이스가 잘 알 것이다. 부시 정부의 대북입장은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아니라 체제 변형(Regime Transfer)이다. 비록 라이스 개인은 대북 강경파라 할지라도 실제 역할은 꼭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북한 역시 이해했으면 한다.

▦박 의원= 부시 2기 행정부는 원칙적으로 대북문제를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6월 3차 6자 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했고 그것을 출발점으로 다시 대화에 나설 전망이다.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라이스 보좌관도 전 세계를 상대로 외교를 펼칠 것이므로 북핵 문제에 대한 입체적 접근을 할 것이다.

▦유 의원= 북한을 보는 한미간 시각차이는 미국은 북한을 무척 위험한 존재로 여기는 반면 한국 정부는 북한은 대화의 상대이며 무조건 무섭게 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대화와 설득을 통해 양국 간 거리가 상당히 좁혀져 있다. 우리 정부는 우리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미국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박 의원=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노 대통령이나 각료들이 ‘우리는 미국과 다르다’거나 ‘이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너무 자주 하는 점이다. 물론 미국은 테러방지 입장에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 추구라는 입장에서 북한을 보는 시각이 기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 기본적 차이에 공감한 다음 서로 다른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해야 한다. 그런 바탕 없이 계속 이견만 노출하고 각을 세우는 것은 좋지 않다.

▦유 의원= 한미간 정치적 대화를 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시시각각 변하는데 양국간의 의견차가 있다면 그것이 왜 생겼고 국익을 위해 어떻게 풀어갈 지에 대해 깊숙하고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지난 번 미국 방문 때도 여야 의원들은 ‘주한미군의 급격한 감축은 옳지 않다’,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론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를 냈다. 반면 미 의원들은 ‘왜 한국 국민은 성조기를 불태우면서 반미감정을 드러내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솔직한 대화가 이뤄지면서 정부 당국간 대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의원외교가 활성화 돼야 한다.

▦박 의원=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는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 동시에 북핵 문제가 해결됐을 때 북한에게 줄 수 있는 경제지원, 안전보장, 에너지 지원 등 북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북한 판 마샬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설득될 수 있다. 또 이런 대화로 문제 해결이 안됐을 때 북한을 제재할 수 압박 책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적 선택이다.

▦유 의원= 지난 해 상반기만 해도 남북접촉이 25차례나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좋았다가 김일성 조문 불허, 기획 탈북 논란 등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됐다. 그러나 개성공단에서 냄비가 처음 만들어지는 등 올해는 좋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켜야 한다. 우리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압박하기보다 퇴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 1월 말 이라크 총선거가 끝나면 전세계 초점이 다시 북핵 문제로 올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가능한 모든 대안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 올해를 한반도 비핵화와 화해와 동북아 평화 정착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리=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사진= 최종욱기자

■ 유재건

柳在乾·68

연세대 정외과

캘리포니아주립대 법학박사

한미의원외교협의회장

국회 국방위원장

15·16·17대 국회의원

■ 박 진

朴振·49

서울대 법대·외시11기

옥스퍼드대 정치학박사

한국의원외교포럼회장

국회 국방위 간사

16·17대 국회의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