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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지진해일 대재앙/의료진 부족… 부상자들 죽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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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지진해일 대재앙/의료진 부족… 부상자들 죽어가

입력
200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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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도, 항균제도 없습니다." 남아시아 지진해일 발생 9일째인 4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피해국엔 자원봉사 요원과 병사 등 ‘구호 대군’(大軍)이 집결, 세계각지에서 답지한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시신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가 된 피해지역에선 아직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다. 특히 의료기관이 사라진 인도네시아 아체와 스리랑카 등지에선 의료진과 약품이 없어 부상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은 이날 "최대 피해지역인 아체에 대한 구호를 긴급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스리랑카의 주요도시 갈의 임시막사 병원 곳곳에선 병상이 부족해 복도 바닥에 골절상을 입은 외과환자와 임산부가 나란히 누워서 의료진을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아체에는 수천구의 시신이 영혼도 달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관영 안타라 통신은 반다아체 남동쪽 피에에군에서도 시신 수천구가 아직 수습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반다아체 파키나 병원에는 수십명의 환자들이 입원도 하지 못한 채 천장에 링거를 걸고 버티고 있는 형편이다. 어웨이 루딘(60)씨는 "이제 끝장이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며 "죽은 불쌍한 영혼들이 고향쪽을 향하고 있는 것을 봤다"며 슬퍼했다.

주변의 피해자들은 미국해병대의 헬리콥터가 도착하자마자 음식과 물을 달라며 모여 들어 아수라장이 됐다. 구호물품을 얻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전개돼 부상자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항의 이착륙 시스템의 사정도 여전히 좋지 않다.

스리랑카에서 생활터전을 잃어버린 비자쿠라르(32)씨는 "미 해병대가 월요일부터 도착해 구호물품을 다행히 받고 있지만 음식을 요리할 기구가 없어 식사를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3명의 아들 중 2명을 잃고 재난소에 머물고 있는 인도인 쉬바 샨카르(22)씨는 이날 "아들이 죽었는데 살아서 뭐하냐"며 말을 잊지 못했다.

실종자에 대한 사망확인 등 법적인 문제도 새로운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푸껫의 재난대책 현장지휘본부는 주지사측에 사고 당시 실종자들이 푸껫지역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만한 유품 등을 증거로 제시할 경우 즉시 사망확인서를 발급해주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푸껫 주당국은 태국 현지법에 따르면 실종 후 1년 이상이 지나야 사망확인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카오락에서 실종된 허진연(31)씨의 오빠 허남웅(33)씨는 "여동생의 시신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 것 같다"며 "최악의 경우 실종자가 아닌 사망자라도 인정 받아 영혼을 달래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휘본부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측이 직접 사망확인서를 발급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는 이날 신혼부부 3명을 비롯한 한국인 5명이 실종된 카오락 등 3개 지역에 대한 수색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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