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국에 대한 각국의 지원과 구호 활동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도적 지원 열기의 이면에는 피해 국가들에 대한 잠재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등 첨예한 이해 관계가 깔려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크다.
‘느린 출발’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미국의 피해국 지원 조치는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전직 대통령까지 동원하는 총력전의 양상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3일 쓰나미 피해를 입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를 돕기 위한 "대대적인 민간 구호 활동"을 이끌 책임자로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내세웠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옆에 나란히 세운 채 "미국의 관대함의 가장 큰 원천은 정부가 아니라 미국인들의 선량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며칠 동안 두 전직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낼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구호 및 자선단체들은 두 전직 대통령의 모금 활동 참여를 환영하면서도 정부가 충당할 몫을 민간 모금 액으로 대신하려는 움직임이 있을지를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 정부의 지원도 향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리처드 루가(공화·인디애나주)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2일 "남아시아 피해국에 대한 미국정부의 최종적인 지원액은 수십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3일 태국에 도착, 본격적인 피해 국가 순방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피해 지역의 장단기적 필요 사항이 무엇인지를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미국의 추가 지원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적 지원도 배가되고 있다. 미 국방부 쓰나미 구호 조정 책임자인 존 앨런 장군은 이날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 호가 인도양에서 구호품 수송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데 이어 헬기 적재 항모 리처드호가 스리랑카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태평양함대 대변인은 "해병대 등 총 1만 2,000명의 미군 병사가 피해지역에 파견돼 구조 및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군의 재난 구조 활동사상 가장 큰 규모라고 미군측은 설명했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노력이 강력한 수송 능력을 통해 미국이 구호 활동의 실질적 주체라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국제 사회의 지원 경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