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느낌표’의 엔딩 크레딧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PD를 비롯해 나흘째 집에 못 들어간다고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스태프,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한 최고참 스태프와 갓 들어온 신입사원들까지 모두 다 말이다. 이런 엔딩 크레딧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종종 쓰이는 것이지만, ‘!느낌표’에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2기를 시작한 이번의 ‘!느낌표’는 사람‘들’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물론 1기도 그랬다. 그러나 1기는 제작진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인상이 짙었고, 오락 프로그램과 공익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딜레마를 안고 있기도 했다. ‘기적의 도서관’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느낌표’가 우수도서를 추천하면 대중은 그것을 그대로 따라가고, ‘!느낌표’가 도서관을 짓는다고 하면 여러 단체가 돕겠다고 나서는 식이었다.
대중은 ‘!느낌표’가 주도하는 운동의 ‘참여자’가 아닌 ‘변화시켜야 할 수혜자’에 가까웠다. 또 오락적인 재미를 주기위해 MC의 애드리브가 강조되거나, 클라이맥스마다 지나칠 정도로 시간을 끄는 부분도 있었다. 좋은 프로그램이었던 것은 분명했지만, 공익과 오락의 결합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2기는 무모하리만큼 우직하게 자신들이 설정한 의제의 힘, 그것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힘을 믿는다. 사람들의 참여없이 꾸려나갈 수 있는 코너는 아무 것도 없다. 휴대폰 동영상 기능을 이용, 시청자들이 직접 VJ가 되어 한국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모습을 휴대폰으로 전송하는 ‘찰칵찰칵’을 비롯해 남북의 어린이들이 함께 문제를 푸는 ‘남북 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각막 기증운동을 펼치는 ‘눈을 떠요’ 모두 일반 시청자들의 도움이 없으면 도저히 성립이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찰칵찰칵’의 지난 주 방송분은 딱히 감동적이라고 할만한 영상이 도착하지 않아 결국 그대로 방송을 마무리해야 했다. 대신 MC가 의도적으로 ‘웃기는’ 부분은 많이 줄어들었고, 클라이맥스에서 온갖 호들갑을 떠는 과장된 연출 역시 줄어들었다. ‘눈을 떠요’에서 수술을 받은 시각 장애인이 눈을 뜨는 그 장면에서도, 예전처럼 시간을 끌며 슬로모션을 남발하는 대신 시각 장애인이 빛을 되찾고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느낌표’ 1기는 오락적인 재미가 강해야 시청자들이 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2기는 오락적 재미가 아닌 진실된 ‘감동’ 역시 사람들이 볼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래서 2기는 화려했던 1기보다 조용하고, 때론 밋밋하다. 하지만 그렇게 진솔한 과정을 거쳐 화면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모습은 투박하지만 묵직한 감동을 준다.
1기가 오락프로그램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면, 2기는 오락 프로그램의 재미가 웃음에서만 나오는지, 혹은 제작진의 능력에서만 나오는 것인지 묻는다. 적어도 제작진은 그렇지 않다고 믿는 듯하다. 남은 것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감동적’으로 살아가느냐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일 듯 싶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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