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한국 전문가는 최근 "미국과 한국의 비판적 견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점점 더 조급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2기를 앞두고 북한과 북핵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딜레마에 빠져있다. 어떻게 실적을 손상시키고 않고 이라크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체면을 세우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과 효과적인 동맹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미 동맹의 훼손은 그의 행정부에 오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남한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태도가 크게 달라 조급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노 대통령도 같은 이유로 똑같이 조급해 하고 있으며 그 역시 체면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한국 대통령은 5년 단임으로 노 대통령에게 남겨진 기간은 3년 뿐이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는 것 보다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북한은 확실히 부시 행정부에게 중요한 문제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문제보다도 더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몰두해 왔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미국에게 세계의 여러 현안 중 하나일 뿐이지만 한국의 대통령에게 있어서는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1948년 한국의 독립 이래로 한국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의심하는 성명을 발표해 왔지만 최근 "51년 된 한미 동맹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중도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그 때문에 상당수 젊은 지지자들이 등을 돌렸다. 또 이라크 재건지원에, 전투병으로는 세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견함으로써 여론에 맞섰다. (한국의 이 같은 주목할만한 기여는 부시 대통령의 연합국에 대한 논평에서 이례적으로 빠졌다.) 그의 내부 정책으로 인해 정치적 중도, 우익세력과의 불화도 커졌다. 예를 들면 수도 이전 시도를 포함,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한 일제 강점기 때 친일파 조사 계획, 국가보안법의 폐지 계획, 적대적인 신문들을 통제하려는 계획, 서울대학교의 이전이나 폐교 검토, 국제감각이 있는 구세대 엘리트들의 배제 등이다. 거기다 이라크 파병으로 그의 핵심적 지지세력인 젊은 좌파와도 거리가 멀어졌다. 한국에서 노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은 북한 문제에 관한한 한미 사이에 여전히 큰 정책적 갭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두 나라는 북한을 어떻게 다루는 게 최선인지에 대한 합의에 실패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이 안전보장인지 경제원조인지 원자력인지, 또는 북한이 실제로 핵 전력을 원하는 지도 불분명하다. 한국민들은 북한의 현실적, 잠재적 핵 능력에 대해 더 낙관적으로 돼가고 있고, 북한이 남한에 대해 결코 핵을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신념도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은 미국의 입장과 같다고 했지만 문제는 그 방법론이다.
1기 부시행정부의 고위관리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국과의 동맹 유지와, 북한정권의 변화라는 두 측면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사실 이것은 모순적인 말이다. 북한 정권의 붕괴는 한국의 정책과 배치되며, 한반도에서의 중국의 이익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비록 많은 미 정책그룹이 노 정부의 북한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해도, 미국은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정치적 정통성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이 윽박지르거나 공공연히 모멸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므로 그만두어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협상이 남북한 사이에서 가능해지고 미래 동북아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미국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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