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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육의 수월성과 보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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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육의 수월성과 보편성

입력
2005.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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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2일 교육부는 영재교육기관 확대와 일반학교에서의 수월성교육 실시 등을 포함한 ‘수월성 교육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서 종합대책이 표방하는 ‘수월성과 보편성의 조화’는 평준화 제도를 유지하면서 거기에 영재 교육의 요소를 덧보태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것으로 보면 일반학교에서의 수월성 교육은 영재교육기관에서의 영재교육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영재교육기관 확대와 동시에 일반학교에서의 수월성교육 강화가 가능하며 필요하다고 본다. 과연 그럴까.

영재교육과 수월성 교육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영재교육은 영재를 대상으로 영재성을 신장,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교육인데 비해 수월성 교육은 학생 모두에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교육내용(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을 깊이 있게 가르치는 것이다. 즉 현재 학교교육 내용에 포함된 교육의 수월성 실현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다.

그러므로 종합대책에서의 수월성 교육이 영재교육을 일반학교에서 확대 실시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학교 수월성 교육의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된 수준별 이동수업, 조기진급·조기졸업 제도, 집중이수과정 등에서 볼 수 있듯 그 근본 성격은 영재교육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의미에서 수월성 교육은 모든 학생들에게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최선을 다해 깊이있게 가르침으로써 교육 전체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보편성 이념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수월성 교육과 영재교육을 구분하지 않은 채 양자의 차이를 뭉개 버릴 때, 평준화 틀 안에서의 보편성과 수월성의 조화는 보편성에 수월성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식의 조화는 양자 사이의 상대적 비중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보편성과 수월성 중 어느 하나도 성공시키기 어렵다. 사실상 오늘날 공교육은 수월성 뿐 아니라 보편성에서도 실패하고 있다.

현재 7차 교육과정의 국민공통기본 교육과정은 누구나 실현해야 하는 보편적 관심사, 즉 심성함양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심성함양은 수요자중심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적, 사회적 필요 충족을 위한 능력을 신장하는 데 교육적 노력이 집중되는 동안 상당한 정도로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그러나 심성함양이라는 보편적 관심사를 추구하는 데에는 그 깊이, 즉 수월성에 한계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수월성 교육은 현재의 교육과 다른 별도의 프로그램에 의해 실현되는 게 아니라 현재의 교육이 실현해야 할 이념에 해당한다. 요컨대 학교 교육에서의 수월성은 보편성의 이면인 것이다.

보편성과 수월성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라는 점에 주목하면 수월성 교육 종합대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 지 명백해진다. 수월성 교육은 학교 교육과 결코 다른 것에서 모색될 수 없다. 그런 만큼 종합대책의 시행은 현재의 학교 교육에 새로운 조치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종합대책은 일선 교사들로 하여금 교육에 더욱 열의를 갖고 수월성을 실현하도록 격려, 지원하는 방향으로 수정, 보완돼야 한다.

교육의 수월성 실현에 결정적인 것은 교사의 자발적, 창의적 노력이다. 당장의 가시적 효과에 급급해 교사를 믿지 못하고 이런 저런 대책을 계속 내놓는 것은 교육의 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한구 서울교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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