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오달수(37). 연극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도 그의 얼굴과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에게 이를 뽑히던 감금방 사장과 ‘효자동 이발사’에서의 말더듬이 연탄가게 주인 연기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 말이다.
개성 넘치는 연기로 주목을 받아온 그가 7일 앙코르 공연에 들어가는 연극 ‘아트’에 합류한다. 청담동 피부과 의사인 친구 수현이 하얀 색 바탕에 하얀 줄이 그어진 그림을 1억 8,000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에 딴지를 거는 지방 공과대학 교수 규태 역을 맡았다. 2004년 공연에서는 정보석과 권해효가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른 역이다. 지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두 배우와 비교하면 의외의 캐스팅이라 생각할 만하다.
"연출가 김동현 형이 ‘너는 지적인 규태 역할이 안 어울린다’면서 놀리더군요." 그러나 ‘아트’의 번안과 연출을 맡은 황재헌은 "기존 이미지와 반대로 가면 또 다른 재미를 건질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정확하고 순발력 있는 오달수의 연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오달수는 부산 한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재수시절 연희단 거리패로 팜플릿 배달을 나갔다가 처음 연극을 만났다. 연극이 발산하는 강한 매력에 빠져 든 그는 무엇을 하고 싶다는 각오도 없이 그저 허드레 일을 하며 무대 주위를 맴돌았다. 그리고 "너 한번 해볼래"라는 연출가 이윤택의 말을 듣고 1990년 ‘오구’에서 문상객 역할을 맡아 배우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공업디자인과 도자기 전공을 했는데, 연극에 미치다 보니 결국 자퇴를 하게 되었죠." 부산에서 실력을 쌓아가던 그는 97년 연출가 조광화의 권유로 ‘남자충동’에 출연하며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더블 캐스팅 된 권해효에 대해 "물 흐르듯이 감정처리를 하는 매력적인 배우"라고 호평을 하면서 "작품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연극에서만 할 수 있는 과장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20대 시절 한눈 팔지 않고, 계속 연극공부만 했다는 것이 가슴 뿌듯합니다.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욕심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요. 결국 연기는 자기역할을 평생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