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지진해일 대재앙 발생 9일째를 맞아 사망자가 15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피해 국가 대부분이 사실상 실종자 수색 작업을 중단, 생존자 구호로 우선 순위를 변경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망 파괴와 피해국 정부의 경험 미숙, 관료주의 등으로 구호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우려가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 인도네시아 9만4,081명 사망·실종자 추산 없음
정부가 이미 지난달 31일 정확한 집계를 포기할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공무원이 다수 사망해 아체 지방정부의 경우 업무가 거의 마비 상태이고 1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의 피해지역 방문으로 미군 구호 헬기의 발목이 묶이는 등 외국과의 손발도 맞지 않는다. 유도요노 대통령이 스스로 ‘정부의 관료주의’를 비난하며 분통을 터뜨릴 정도다.
여기에 언론들은 정부 관리들이 구호품을 빼돌린다며 ‘부패’ 경고음을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호주가 인도네시아 정부 대신 국제이주기구(IOM)를 창구로 구호품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 스리랑카 4만7,062명 사망·1만6,000명 실종(타밀 반군 지역 포함)
이재민만 100만명에 달한다. 유엔이 70만명에게 3일 이내에 긴급 식량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힐 만큼 물류망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구호품이 답지하고 구호 기관이 몰리면서 정부가 조정에 애를 먹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일 "스리랑카와 인도에선 부자들이 트럭을 몰고 다니며 직접 구호품을 나눠준다"며 "구호품 분배가 잘 안 돼 정부 기부는 큰 도움이 안되고 관리들의 착복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은 콜레라 발생을 확인했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부인했다.
● 인도 9,067명(1만4,872 예상) 사망·5,511명 실종
정부가 비축 물자가 충분하다며 유엔이나 기존에 활동하던 구세군, 적십자 등을 제외한 일체의 도움을 거부했다. 구호조치가 모든 피해지역에 미치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 타밀나두주와 인도양의 안다만, 니코바르제도에서는 구호품 배급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00명이 사망한 나가파티남에는 구호물품이 쌓여 있지만 정부의 분배 지침이 없어 방치됐다. 의류만 지원 받은 수용소에 옷가지를 또 공급하는 식의 일 처리도 적지 않다.
● 태국 4,993명 사망·6,500이상 실종
카오락 등 최악의 피해를 입은 팡아지역 시신 수색작업이 5일 마무리될 예정. 탁신 치나왓 총리가 피해 발생 직후부터 연일 CNN등 외신에 나와 상황을 설명해 좋은 인상을 얻었지만, 정작 자국민 구호를 위해 도착한 외국 구호팀은 태국 당국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 유전자검사팀은 아직도 시신의 지문채취도 맘대로 못하고 있다. 28일 도착한 일본 의료진은 태국 당국이 상대해 주지 않아 이틀 동안 스스로 도울 곳을 찾아 헤매야 했다.
● 소말리아 114명 이상 사망·수백명 실종
말레이시아(66) 몰디브(82) 미얀마(59) 등 진앙지에서 가까운 나라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지만 구호의 사각지대에 있다. 유엔 구호요원도 지난달 31일에야 처음 도착했다. 중앙정부 없이 군벌들이 할거하는 상황이어서 구호 작업은커녕 피해 조사도 어렵다. 유엔 피해조사팀이 비행기로 피해조사를 시도했지만 대공포 공격을 받고 포기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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