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바조족이라는 바다 유목민이 살고 있다. 이들은 지붕이 달린 작은 배를 타고 일생을 바다 위에서 생활한다. 물고기를 땔감이나 마실 물과 바꾸기 위해 가끔 육지에 올라오지만 폭풍이 불면 얼른 배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가장 안전한’ 맹그로브 숲으로 노를 젓는다. 열대나 아열대 해안의 모래에 서식하는 나무인 맹그로브는 군락을 형성한다. 바다 가까운 곳에는 5~7m, 육지쪽으로는 15~20m 높이의 나무들이 차례로 버티고 있다. 뿌리 일부는 문어다리 모양으로 수면 위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아무리 높은 파도도 이 숲을 지나면서 위력이 현저히 줄어든다.
■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지난해 12월31일자에서 "남아시아 지역이 고급호텔과 리조트 건설, 새우양식업 등을 위해 맹그로브 나무를 마구 베어내는 바람에 쓰나미 피해가 더 커졌다"고 보도했다. 태국의 경우 1975년부터 93년 사이에 맹그로브 숲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마구잡이 개발로 맹그로브 나무와 산호초 등 파도나 해일을 막아 줄 천연 방어벽들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조사에서 전세계 산호초의 70%가 인간의 활동으로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 인도양의 작은 섬 몰디브는 인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 산호초 보전에 초점을 맞춘 환경·관광정책 덕분이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고리 형태의 산호초가 자연제방 구실을 한 것이다. 인도양 한 가운데에 있는 미군의 군사거점인 디에고 가르시아 섬은 가장 높은 곳이 해발 70㎝에 불과한 데도 해일 피해가 전혀 없었다. 길이가 약 62㎞인 말발굽 모양의 섬 전체를 산호초가 두텁게 에워싸 해일의 위력을 가라앉혔기 때문이라는 게 미 지질조사국의 분석이다.
■ 이번 지진해일의 최대 피해지인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시가 위치한 수마트라 섬의 산림파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경고를 거듭해 왔다. 세계 제2의 ‘산림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매년 불법 도벌(盜伐)과 남벌(濫伐)로 파괴되는 면적이 경기도의 두 배에 달한다. 몇 년 전 수마트라 섬에서 코끼리 떼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도 산림파괴로 코끼리가 갈 곳을 잃은 결과였다. 자연파괴는 부메랑이 돼 언젠가 인간에게 재앙을 불러온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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