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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지진해일 대재앙/ 속속 드러나는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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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지진해일 대재앙/ 속속 드러나는 참상

입력
2005.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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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럴 수가…"

인도네시아 아체주(州)의 지진해일 현장을 목격한 구호요원들은 눈앞에 펼쳐진 참사에 말을 잃었다. 집채만한 해일이 빠져나가면서 드러난 해안가는 팔다리가 잘린 시신과 무너진 목조가옥 잔해, 뒤집혀진 차량 등이 한데 뒤엉켜 지옥을 방불케 했다. 건물잔해인가 싶어 뒤적이면 여지없이 드러나는 썩어가는 시신과 시신 일부분에 목격자들은 몸서리를 쳤다. 물기가 가시지 않아 해안가 상공에서 구호품을 낙하하는 헬기 조종사는 "둥둥 떠다니는 시신이 20㎞밖 바다에까지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일부분일 뿐이다. 물에 잠겨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 태반이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처참하고 무서운 광경이 도사리고 있을 지 알 수 없다. 주도 반다 아체의 널찍한 해안가 광장은 널려있는 잔해를 태우고 있지만 오히려 시신타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다. 인구 15만명 중 3분의 2정도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물라보는 도로와 교량이 파괴돼 접근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콜레라 등 전염병의 징후도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염된 물을 마셔 구토증세를 보이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고, 폐렴으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이 속속 신고되고 있다. 시신발굴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전염병이 창궐한 것이라는 소문이 흉흉해지면서 탈출하려는 주민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병원에서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부상자가 속절없이 죽어나가고 있다. 한 간호사는 "해일이 덮칠 때 진흙을 너무 많이 삼켜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환자가 많은 데 산소탱크가 바닥나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며 "전체 167명의 환자 중 6%는 의료장비 부족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법천지로 변하면서 폭도와 난민들의 약탈, 방화도 심각하다. 화교들 상당수는 약탈로 재산을 빼앗긴 뒤 인근 도시로 도망치고 있다.

수마트라 북부도시 메단으로 피신한 한 화교는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태에서 어렵게 도착한 구호품이 주민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반군과 폭도들에게 강탈당하고 있다"며 "아체주 전 지역이 무법천지가 됐다"고 말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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