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지도부 공백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당은 3일 비상대책위 체제를 출범시켜 지도부 총사퇴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로 했지만, 당이 정상적으로 굴러갈 것으로 보는 이는 별로 없다. 비대위의 허약한 위상과 격렬한 당내 세력간 노선 투쟁 등에 비추어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일 의원총회와 중앙위 연석회의에서 논의될 비대위 체제는 일단 4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과도적 중립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대변인은 이날 "당을 구성하고 있는 분들의 분포를 잘 감안해 두루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지 않을까 한다"며 비대위에 각 계파 지분이 반영될 것임을 시사했다. 비대위원은 10명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위원장으로는 당권 도전의사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임채정, 유재건 의원 등이 거론된다.
비대위에 각 계파가 골고루 참여한다는 것은 누가 위원장이 된다 해도 강한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즉, 사실상 리더십 부재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전당대회 때까지 3개월의 긴 시간이 남아 있어 당권을 향한 각 계파의 경쟁에 비대위가 이리 저리 휘둘릴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앙위의 3분의 1을 장악한 개혁당파가 지분 반영을 요구하며 비대위에 대거 참여할 경우 온건· 중진 의원들과의 갈등이 불거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런 지도체제 아래서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당권 레이스는 통제가 어려운 극한 양상을 띌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부영 의장이 이날 사퇴를 발표하며 "여야 내부의 과격한 노선과의 과감한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당내 일부 강경파에 의해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중진들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당은 국보법 개폐 논란 와중에서 재야파 일부와 개혁당파가 모인 ‘강경 개혁’ 노선과 당권파 일부와 친노 직계, 중진 그룹이 모인 ‘중도 실용’노선으로 이미 양분된 상태다. 친노계의 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이나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당 노선이 결정될 것"이라며 "당이 경제활성화와 국민통합이라는 대통령의 올 국정기조를 과연 뒷받침할 수 있느냐의 기로에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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