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인 어제 출근길 서울 지하철 7호선에서 일어난 전동차 방화사건은 정부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어떻게 신문지 한 장에 난 불로 전동차 3량이 전소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 다행히 별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대구지하철 참사의 끔찍한 악몽이 재연될 뻔했다.
우선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된 구형 전동차 상당수가 아직도 운행 중인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뒤 지하철 내장재를 모두 불에 타지 않는 재료로 교체하겠다고 떠들썩하게 발표했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기에 예산타령인지 모르겠다. 연말이면 불용예산을 처리한다고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선심을 남발하면서 수많은 시민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 정부는 하루빨리 특별예산을 편성해서라도 구형 전동차를 불연 내장재 차량으로 교체해야 할 것이다.
역무원들이 소화기로 진화작업을 한 뒤 전동차가 출발했으나 남아 있던 불씨가 살아나면서 객차 3량이 전소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기관사들은 전동차에 불이 붙은 것도 모르고 10분 동안 지하철 2개역을 그대로 달렸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승객들이 미리 대피했기에 망정이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불을 제대로 진화하지 않은 역무원이나 이를 모르고 전동차를 운행한 기관사나 소임을 제대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시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크고 작은 지하철사고에 항상 불안하다. 지하철당국은 요금을 올린 만큼 승객들의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쓰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노후화한 지하철 설비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정비, 승무원들에 대한 교육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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