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에 일고 있는 지도부 개편 바람은 지난 1년간 정치의 기능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대립과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역기능만을 발휘했던 리더십이 누적된 문제를 지탱하기에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지도부가 총사퇴한 것이나, 한나라당 지도부 간 알력과 잡음이 계속되는 것이 모두 이를 반영하는 사태들이다.
연초부터 정치권, 특히 여당의 지도부가 내홍과 공백 상태에 빠지는 상황이 보기 좋을 리가 없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알게 되고 이를 고쳐야 한다는 데 인식이 모아진 이상 바로잡는 일을 주저해서도 안 된다. 중지와 토론이 필요하지만 지난 실패를 되돌아보면 무엇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는 이미 방향이 제시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바라는 올해 국정의 중심은 민생과 경제, 통합에 있어야 한다. 충돌 대치 투쟁 등의 방식으로 이 목표에 다가설 수 없을 것이다. 분열을 극복하고 힘을 모으기 위한 방도는 대화와 타협밖에 없다. 갈등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고리를 제거해야 하고, 그러려면 극단적 강경론, 과격세력을 물리치고 합리적 타협론, 협상파들이 리더십을 형성해야 한다.
여당의 새 체제가 1년 만에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강경 일변도의 목소리가 제때에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결과이다. 결단과 설득의 희생 대신 눈치보기와 면피주의의 소극적 지도력이 집권책임을 감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당정분리라고 하지만 이 점에서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노무현 대통령이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다. 여권의 강경론은 노 대통령의 지지세력과 성향에도 엄연히 닿아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지도부 재정비는 자칫 당내 세력 간 밥그릇 다툼으로 전락할 소지도 다분해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또 한번의 착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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