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하던 한국축구의 미래가 보인다." "수비도 잘하고 골도 잘 넣고 정말 최고". "성격도 실력도 짱, 어서 유럽으로 보내라." 각종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올라있는 ‘젊은 피’ 김동진(23·FC서울)에 대한 축구팬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다. 칭찬 일색이다.
김동진은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 1골2도움으로 맹활약한 데 이어 12월 독일전에서 선제골을 신고, 세대교체의 기수로 떠오른 영스타. "요즘 많은 분들이 격려를 해줘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독일전에서 승리하면서 국민이 한국 축구에 희망을 다시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신년 인터뷰를 위해 서울월드컵 경기장내 프로축구단 FC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진의 서글서글한 눈매에는 여유가 감돌았다. 김동진은 2003년 9월 한·일 올림픽 대표팀 친선경기에서 혼자 2골을 터뜨려 기량을 인정받았고, 성인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본프레레 국가대표팀 감독의 취임 후에는 선배인 이영표(28·PSV아인트호벤)의 그늘에 가려 주전 엔트리에 끼지 못했다.
"그라운드를 밟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벤치워머의 설움을 겪은지 6개월. 드디어 기회가 왔고, 독일전에서 선취골을 작렬시킨 그의 왼발은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쓴 황금발이 됐다. "90분 내내 이를 악물고 뛰었는데 결과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어깨도 무거운 법. 그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8일부터 시작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전지훈련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대비한 전지훈련에서 본프레레 감독의 신임을 받아야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특히 그는 한일월드컵 스타인 이영표와 윙백 자리를 놓고 힘겨운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해외파가 소집이 안된 상태에서 국내파만 참가하기 때문에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낼 각오입니다. 영표형도 선배들과의 경쟁을 통해 그 자리를 차지한 만큼 저도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영표형이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지만 저는 체격조건과 파워가 더 좋고 나이도 어리지 않습니까"라고 바로 대답이 돌아온다.
활달한 성격처럼 말도 청산유수다. 사실 그의 자신감은 지독한 연습에서 나온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훈련전 남들보다 미리 나와 하루 2시간씩 크로스와 슈팅연습을 한다. 강하게 휘면서도 힘이 실린 크로스나 대포알 같은 중거리포도 땀의 결실이다.
그의 별명은 금빛날개. "지난해 구단에서 공모를 통해 붙여줬습니다. 가장 빛나는 날개라는 뜻으로 제 포지션(사이드 어태커)과 역할을 잘 표현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여자친구는 없느냐"고 물으니 "만들고 싶다"고 거침없이 말하면서도 "축구선수로서 절제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덧붙인다. 휴식시간에도 컴퓨터 게임으로 축구를 즐길 정도로 그의 생활은 온통 축구에 몰입돼 있다.
"목표요? 당연히 주전으로 뛰면서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해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 서는 것이죠." "열심히 준비하는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그의 다짐에는 이미 희망이 장전돼 있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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