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나라당에선 당내 보수파 등의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김덕룡 원내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아침 상임운영위에서 김 원내대표는 ‘해현경장(解弦更張·거문고 줄을 풀어 팽팽하게 다시 맨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신년 화두로 던졌다. "우리 정치가 거문고 줄을 다시 맨 것 같은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는 부연설명도 덧붙였다. 그러자 당내엔 김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오버랩 되면서 "새로운 줄이 필요하니 자신은 사퇴하겠다는 뜻", "새롭게 시작할 테니 다시 믿어달라는 뜻"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엇갈렸다. 그러나 본인은 국회에서 지인들과 부단히 접촉하면서도 말을 극도로 아꼈다.
김 원내대표는 4일부터 16일까지 국회 운영위의 아프리카 의회시찰단에 동행,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을 다녀온다. 한 당직자는 "귀국하면 사퇴압력도 어느 정도 가라앉지 않겠느냐"며 "2월 임시국회를 통해 다시 승부를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내대표측에는 사퇴 압력 보다 이후를 더 염려하는 이도 있다. 한 측근은 "지금 자리에 미련을 뒀다가 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등을 다시 처리하는 와중에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금 떠나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수 의견은 "지금 불명예 퇴진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일단은 참아야 한다"는 쪽이다.
여기에다 악화 일로로 보였던 박근혜 대표와의 관계도 상당히 개선되는 양상이다. 박 대표측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자칫 당 전체 리더십의 위기를 초래할 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듯 하다. 박 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4대 법안을 처리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지만 당 전체로선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김 원내대표와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을 갖고 그간의 소원했던 감정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형오 사무총장, 임태희 대변인, 진영 비서실장 등 사의를 표명한 당직자의 후임인선도 1월 말~ 2월 초에 단행될 방침이어서 당직 사퇴 등에 따른 동요도 빠르게 가라앉는 분위기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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