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잊지 못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일주일쯤 되었을 때 일본 나라(奈良)의 한 여관방에서 허물과 같은 낡은 옷을 벗고 마치 연꽃에서 나오는 심청이처럼 일어서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중략)참으로 염치없는 말이지만 어머니, 엄마 사랑합니다. 아빠 누나 모두 사랑합니다.’
(최인호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중에서)
사랑, 어머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의 으뜸 소재이며, 일상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말이다. 그럼에도 진부하기는커녕 말하고 들을 때마다 그 느낌이 새롭다. 이 두 단어가 한국인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모국어의 1, 2위로 꼽혔다.
★관련기사 A8·9면
한국일보사가 모국어에 대한 관심과 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전국의 만20세 이상 성인 1,000명(남 493, 여 507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33.7%(337명)가 사랑을 꼽았다. 어머니가 8.2%(82명)로 2위였고 행복(7.4%), 고맙습니다(3.2%), 예쁘다(2.5%) 등의 순이었다. 특히 사랑은 성과 연령 지역 직업 학력과 관계없이 부동의 1위였다.
영어의 경우에도 사랑과 어머니는 순위에 차이가 있지만 우리와 비슷했다. 영국문화협회가 지난해 102개 비영어권 국가의 국민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어머니(mother)가 1위, 사랑(love)은 열정(passion), 미소(smile)에 이어 4위였다.
이번 조사에는 ‘가장 듣기 싫은 우리말’ ‘2005년 새해에 가장 듣고 싶은 말’ ‘2004년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을 묻는 설문도 있다. ‘새해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건강하세요(27.5%), 부자 되세요(19.4%), 행복하세요(9.3%) 등의 순이었다. 20·30대는 부자 되세요, 40·50대의 중장년층은 건강하세요를 1위로 꼽았다.
‘가장 듣기 싫은 우리말’은 욕(욕설)이 28.3%, 짜증난다(5.8%), 재수없다(5.3%), 싫다(3.9%), 나쁘다(3.2%) 순이었다. ‘2004년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로는 11.6%가 탄핵을 들었다. 다음으로는 일본의 한류열풍을 선도한 배용준의 일본식 애칭 욘사마(8.1%), 건강한 생활방식을 일컫는 웰빙(7.3%), SBS TV드라마 ‘파리의 연인’에 나온 두 대사, 내 안에 너 있다(5.6%)와 애기야(4.8%)가 뒤를 따랐다.
조사의 메시지는 결국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인 여러분, 우리 모두 새해에는 서로 사랑하고 욕하지 말고 건강합시다."
이기창 대기자 lk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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