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새해는 부처님에 대한 기도로 시작됐다. 구랍 31일 찬드리카 구마라퉁가 대통령이 애도의 날로 선포한 뒤 모든 상점, 사무실에는 애도의 표시로 하얀 깃발이 내걸렸다. 하지만 기도하거나 애도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해지역 주민들은 너무도 가혹한 고통과 절망에 절규했다.
뉴욕타임스는 1일 동부 해안지역인 닐라벨리에 대한 르포기사에서 물 음식 의약품 뿐 아니라 옷 그릇 연료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이 바닥이 났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신원확인도 하지 않은 채 부패한 시신들을 길거리에서 화장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악취가 진동하는,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아기에게 줄 우유가 없다"고 울부짖었다. 항구도시 갈에 있는 이재민 수용소에선 4건의 콜레라 발병이 처음으로 확인돼 확산이 우려된다고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 쇤케 바이스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고기잡이로 간신히 연명해온 해변가 주민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도 모자라 생계수단마저 송두리째 빼앗기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BBC 기자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던 해안들이 폐어선과 그물들의 거대한 무덤으로 바뀌었다"며 "구사일생 살아남은 어민들도 살고 싶은 욕구를 상실한 것 같다"고 적었다. 더욱이 1만 여명이 숨지고 16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동부 암파라에선 구랍 31일 330㎜의 폭우가 내려 난민촌 15곳에 있던 3만 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처럼 극한의 상황에 이르자 지난 수십년간 내전을 치러온 반군무장조직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는 31일 피해복구를 위해 당분간 정부와 협력키로 했다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