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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306> 두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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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306> 두덴

입력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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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9년 1월3일 독일 언어학자 콘라트 두덴이 베젤에서 태어났다. 1911년 졸(卒). 두덴의 생애에 별다른 화려함은 없었다. 그는 가난 때문에 대학 공부를 띄엄띄엄 해야 했고, 그 사이사이를 독일 여러 곳과 이탈리아까지 오가며 가정교사 노릇으로 채워야 했다. 학위를 받은 뒤에도 두덴은 대학에 자리를 얻지 못하고 평생을 고등학교에서 가르쳤다. 그러나 오늘날 두덴이라는 이름은 독일어라는 언어와 뗄 수 없는 명예로운 이름이 되었다.

이런 명예의 조짐은 두덴의 만년에 시작됐다. 두덴이 72세가 되던 1901년 독일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학자들이 베를린에 모여 독일어 정서법 통일안을 마련했다. 이듬해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스위스 의회는 이 통일안을 법적으로 뒷받침했다. 마침내 유럽 여러 지역의 독일어가 법적 구속력을 지닌 통일 철자법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정서법의 밑바탕이 된 것이 두덴이 1880년에 처음 펴낸 ‘완결독일어정서법사전’이었다. 편찬자의 이름을 따 그 뒤 그저 ‘두덴’이라고 불리게 된 이 사전은 두덴이 죽은 뒤에도 판을 거듭하며 현대독일어의 ‘지킴이’ 노릇을 해 왔다.

두덴이 살던 19세기까지만 해도 독일어 정서법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랐고, 소리와 철자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두덴은 ‘소리 나는 대로 쓴다’는 음성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삼되 어원을 고려하는 역사주의를 부차적으로 곁들여 제 나름의 독일어 정서법안을 마련했다.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는 1876년 두덴이 처음 주도한 독일어 정서법 통일 회의를 무산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평범해보이는 고등학교 교사가 그 뒤 현대독일어 철자법의 아버지가 되는 것까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1996년에 약간의 독일어 철자법 개정이 있었지만, 그 뒤로도 많은 독일어권 출판사들과 저자들은 전통적인 두덴 철자법을 고수하고 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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