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1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재임 당시의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정치는 백성을 하늘같이 생각하면서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세배 온 정치인들에게 얘기했다"며 정치인의 덕목 세 가지를 소개했다. 그는 "동양철학의 중심은 인내천(人乃天)으로 백성을 하늘같이 섬겨야 한다"며 "임금이 선정을 베풀지 않으면 하늘을 대신해 백성이 임금을 쫓아낼 수 있다"는 맹자의 방벌론(放伐論)도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정치인은 무엇이 올바른 길인가를 따지는 서생적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그것에만 매달리면 완고함에 빠지기 쉬우므로 상인의 현실감각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언급이 개혁 명분에 집착해 현실을 도외시한 여권 내 강경파들의 오류를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원래 백면서생은 ‘송서(宋書) 심경지전’에 나오는 얘기로 집 안에서 책만 읽어 얼굴이 창백한 문신들을 지칭하며 말만 앞서고 세상 경험이 없는 초년생들을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동교동에는 이해찬 총리와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민주당 한화갑 대표, 김석수 전 총리 등이 세배차 방문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