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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용감한 수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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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용감한 수탉

입력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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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닭 몇 마리를 마당에 놓아 길렀다. 동네 닭들과 어울려 하루 종일 텃밭에서 논다. 닭들 세계에도 서열이 정해져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수탉은 왕초 수탉이 동네 암탉을 몰고 다닐 때 저쪽에서 멀거니 구경만 해야 한다.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벼슬만 쥐어뜯기고 만다.

이렇게 닭들이 하루 종일 텃밭을 돌아다니면 또 그것을 호시탐탐 노리는 맹금이 있기 마련이다. 닭은 "꼬끼오" "꼬꼬댁" 하고 울지만 하늘의 왕자 소리개는 마치 공중에서 닭을 향해 활을 쏘듯 "피융, 피융" 하는 소리를 낸다. 그러면 수탉이 위험 경고를 하고 암탉들은 얼른 논바닥의 짚가리 속으로 숨는다.

수탉이 동네 암탉들을 몰고 다닐 때의 거드름은 정말 대단하다. 두 번째 세 번째 수탉으로서는 눈꼴시어서 못 볼 정도다. 그러나 또 그럴 만하다. 어느 순간 하늘에서 소리개가 날개를 좁히며 미리 점 찍은 암탉을 향해 사선 강하할 때, 그 암탉의 몸을 소리개보다 먼저 덮친 다음 제 목숨을 내놓고 하늘의 침략자와 맞서 싸우는 게 바로 대장 수탉이다. 때로 매가 닭에게 눈을 잃기도 한다. 올해 이땅의 가장들, 남자들, 시골 동네 대장 수탉만큼만 용감하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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