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1시 태국 끄라비주 무니티 중국사원. 한국인 실종자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팀과 함께 들어 선 이곳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
피피섬에서 옮겨진 66구의 시신은 10여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국적 법의학팀의 검시를 받기 위해 열을 맞춰 사원 마당에 늘어서 있었다. 피피섬에서 숨져 간 한국인 희생자들의 절규가 귓가에 울리는 듯 해 눈물이 쏟아졌다. 코를 감싸 쥐고 법의학팀과 함께 한국인 실종자 4명의 신체 특성을 적은 종이를 들고 시신을 하나하나 살폈지만 성과는 없었다. 오후엔 경찰청 지문감식반(2명)도 합류했지만 시신의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눈으로 봐서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가려내기 힘들었다. 김이석 법의관은 "다행히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한다 해도 이젠 지문검사 외엔 식별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종자 가족 3명은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시신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실종자 이모(34)씨의 아버지는 "딸과 손자를 찾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애를 태웠다. 오직 태국 정부가 시신마다 남긴 유품, 사진, 치열 기록, 늑골뼈 유전자, 지문 만이 남은 희망이었다.
오후 4시30분께 실종자 지모(23)씨 가족이 지씨의 것과 똑 같은 목걸이를 한 시신 사진을 찾았다고 알려왔다. 실종자 김모(44·여)씨 가족도 같은 반지를 한 시신 사진이 있다고 전해오면서 현장은 한 순간에 활기를 띠었다.
법의학팀은 시신 확인을 지휘하는 태국 법의학팀의 승인을 얻어 시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태국 당국은 곧바로 한국 외교부와 사망자 확인절차에 대한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문 대조·유전자 검사를 중단시켰다. 한참 뒤 유품을 증거로 태국 당국을 설득한 뒤에야 두 사람의 시신은 유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한 지문감식반원은 "시신 확인에 가장 빠른 방법인 지문을 찍을 수 없어 답답하다"고 가슴을 쳤다.
카오락 지역에서 31일 함께 한 119구조대의 한국인 실종자 3명에 대한 수색작업은 거대한 물웅덩이와의 전쟁이었다. 구조대원들은 바닷물이 가득 들어찬 물웅덩이를 나무로 저어가며 시신을 확인했다. 구조대는 또 실종자 가족들이 지목하는 장소를 중장비와 곡괭이 등으로 1c이상 파냈다. 류해운(44) 대장은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실종자 가족이 원하는 곳은 어디나 수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