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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 살리려면 여성 활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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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 살리려면 여성 활용을

입력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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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졸업장을 가진 여성 100만 명이 시쳇말로 집에서 놀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노동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인도 경제학자 아마티야 센은 "경제 발전에 여성의 경제적 참여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하면서 인도에서는 ‘사라진 여성들’이 경제 발전에 중대한 장애였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인도와는 사정이 다르겠지만 ‘사라진 여성들’이 있다.

우리 사회는 모든 면에서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체되어 있는 부분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다. 15세 이상 여성 중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비율은 지난 10여 년 간 48, 49%대에서 정체되어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구매력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가는 시기(주로 1970년대 후반 이후 약 10여 년 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평균적으로 거의 10% 가까이 증가했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구매력 기준으로 1만 달러인 해가 1994년이었고, 2003년 현재 1만8,000달러다. 이 기간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거의 정체상태이다.

특히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주요 선진국들이 70%에 근접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 5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약간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대졸 여성은 20대에 비정규직으로 잠깐 노동시장에 머물다가 결혼과 출산을 계기로 집에 눌러 앉아 버린다. 이들 ‘고학력 아줌마’들이 자녀들의 과잉 사교육과 부동산 투기를 주도한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의 버나드 로완 교수는 ‘아줌마의 정치사회학적 탐구’라는 논문에서 "한국의 여성들은 조국의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 중심축이었다"고 주장했다. 79년 YH사건의 여공들을 의미하는 이 ‘아줌마’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가장 큰 억압과 희생까지 강요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고학력 아줌마’들이 다음 단계의 경제 발전을 주도해야 하지 않을까? 고도 성장이 지속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구조조정과 경기불황으로 남성 가장의 일자리조차 부족한데 어떻게 여성들에게까지 일자리를 줄 수 있느냐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은 남성들의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여 전체적인 일자리 규모를 증가시켰다.

주요 선진국에서 70년대 후반 이후 전개된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 러시에서 가장 뚜렷하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가사노동의 사회화와 전문직의 여성화 현상이었다. 보육이나 간병 등 가사 서비스 활동을 가정 내 여성의 몫으로 남겨두지 않고 시장화하거나 공공부문이 담당함으로써 여성들이 가사노동의 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여성들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 확대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 고학력 여성들이 전통적인 남성지배적 전문 직종으로 적극 진출하였다. 미국의 경우 여성취업자 가운데 전문직 비중이 1900년부터 70년까지 70년 동안 2배 증가하였으나 70년부터 90년까지 20년 만에 2배 증가하였다. 여기에는 고용에서의 성차별 금지나 적극적 고용 개선 조치 등이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도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확대하고 88년 남녀 고용 평등법도 도입하였다. 그러나 성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현재 정부는 보육과 고용 차별 시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새 해는 여성이 역동적인 경제성장과 활발한 시민사회를 이끌어갈 적극적인 사회 변화 주체로 나서는 진정한 여성시대(Pink Era)의 초석이 마련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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