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만명이던 멜라보엔 200명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반다 아체엔 사람보다 개와 고양이가 더 많다."
40만명 사망설까지 나오는 지진해일 최대 피해지역 인도네시아 아체주(州)에 대한 구호와 취재가 본격화하면서 엄청난 참상이 드러나고 있다.
BBC 현지 특파원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종말론의 현장"이라며 "파괴 정도가 상상을 초월해 여러 번 온 곳인데도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주도인 반다 아체에서 큰 길가의 시신은 수습됐지만 한 발만 벗어나면 부패한 시체가 널려있고, 강에는 시체가 바다를 이루고 있다.
아체 전체가 거대한 공동묘지와 같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정확한 집계를 포기했다. 2일 현지 인터넷언론인 아체키타는 울리티티, 람바로카페, 아체베사르등 많은 지역에서 집단 매장지가 이미 수천 구의 시체로 가득 찼지만 시신이 끝없이 밀려들고 있어 새로운 집단 매장 장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1일부터 큰 비가 내려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한층 심각해지자 화장을 금하는 이슬람 율법을 이번만은 완화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외국의 구호도 아체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에이브러험 링컨 핵 항모전단도 이곳으로 정박했다. 미군은 베트남 전 이래 최대규모의 구호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1일 자그마한 반다아체 공항은 미 해군의 UH-60 시호크 헬기, 호주와 뉴질랜드의 C-130 수송기 등과 구호 물품으로 북적이고 있다.
그러나 도로와 다리가 멸실 돼 수송이 어려운 지역이 많고, 현지 정부 기능 마비로 정부와 민간, 군이 따로 놀면서 구호품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구호 관계자는 "고립된 마을에 구호품이 도착할 때까지 몇 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생존자들은 수십㎞를 걸어서 공항과 주요 도로 주변에 몰려들고 있다. AP통신은 가진 건 걸친 옷 밖에 없는 생존자들이 구호 트럭이 지나가는 길 주변으로 난민촌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일 미군 헬기 주변에 몰려든 케우데테우놈의 주민들은 "아체는 모두 잠겼고 우린 모두 끝났다"고 절망했다. 헬기에 동승한 CNN기자는 "아체 상공에서 보니 문자 그대로 핵 폭탄이 떨어진 것 같다"고 경악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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