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은 한 해가 드디어 지나갔다. 정치는 엉망이고 대통령은 온갖 분쟁의 빌미가 되고 경제는 수많은 국민을 자살로 내몰고…. 아마도 액이 끼어도 단단히 낀 한 해였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365일이 그렇게 힘겨웠던 시절은 처음인 것 같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보신각 종소리에 그 허물과 우울함과 짜증을 다 날려버리고 새 해를 맞았다.
2005년은 ‘을유년(乙酉年)’ 닭의 해이다. 옛날 사람들은 "꼬끼오~"하는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아침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닭이 해가 뜨는 때를 미리 아는 능력을 가졌다고 믿었다.
또한 해가 뜬다는 것은 어둠이 물러가고 밝음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닭 울음소리가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잡귀를 몰아낸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귀신과 관련된 설화를 보면 귀신한테 시달림을 당하던 사람이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화를 면하게 된다는 내용이 종종 등장한다.
또 옛날에는 혼례를 올릴 때 닭을 청홍 보자기에 싸서 상에 올려 놓는 풍습이 있었다. 지금도 폐백을 올릴 때 닭을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수탉이 처자를 잘 보살피는 것과 암탉이 알을 잘 낳고 병아리를 잘 키우는 것처럼 부부가 서로의 도리를 알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12간지 동물들을 살펴보기 마련이다. 쥐와 소, 호랑이와 토끼 등등. 쥐와 뱀을 빼곤 모두 사람들과는 친근한 대상들인 것 같다. 작년 2004년은 원숭이의 해였다. 그래서였을까…. 그야말로 다사다난했고 경기마저 최악이었다.
그러나 닭은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혹자는 이르기를 닭띠인 사람은 자기 표현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또한 혼잡스러운 상황에서도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사람이 닭띠엔 유독 많다는 것이다.
특히 닭띠는 의리가 있고 신념과 확신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이 노력형이라고 한다. 거짓을 모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뛰어난 능력도 지니고 있다고 하니 닭의 해가 사뭇 기대된다.
띠의 속성에 새 해의 행운을 기대하는 것은 인간이 나약하기 때문일까? 어찌 보면 사방을 둘러보아도 희망을 가질 만한 근거를 찾기가 참 어려운 시절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서로 사랑하는 가족,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이웃이 있음을 생각하면서 희망을 일구어야 할 때이다.
을유년에는 부디 풍요와 웃음이 한강의 강물처럼 철철 흘러 넘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hks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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