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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마음의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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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마음의 부자 되세요"

입력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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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송년회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한국 사람들의 우울한 얼굴 표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2년 전에도 한국인들은 경제가 좋지 않다고 했지만 그 때보다 더 어둡고 지쳐 보이는 모습에 가뜩이나 추운 한국의 겨울 날씨가 더 춥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와 TV를 켜니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이 방송되고 있었다. 2004년에 일어난 정치, 경제 등에 관한 대부분의 소식은 한국인들을 더 슬프게 만드는 일들이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한국 연예인들이 해외에 진출해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어마어마한 몸값을 보면서 ‘내 몸값은 얼마일까?’를 생각해 보니 더더욱 슬퍼졌다.

지난해 나에게 가장 큰 사건은 불의의 사고로 팔이 다친 일이었다. 2주간 병원에 있던 시기는 내 삶에서 가장 힘?시기였다. 갑작스럽게 많은 병원비를 준비해야 했고, 다친 팔이 얼마나 좋아질지 알 수도 없었다. 외국인으로서 혼자 살아가는 나를 도와줄 사람은 별로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병원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었다. 며칠 전 가벼운 교통사고로 발에 깁스를 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팔까지 다쳐 깁스를 하고 누워 있는 나에 대해 온갖 소문이 병원에 나돌았다. 심지어 10대 1로 싸우다가 10명을 물리치고 혼자 쓰러져 있다 실려 왔다는 말까지 들렸다. 우울하던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함께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고, 며칠 지나자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옆 침대에 누워 있던 아저씨는 병원비를 걱정하는 나에게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칠 수 있는 엽기적인 방법을 말해 줘서 우울한 병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다리가 부서져서 몇 번 수술을 하고 몇 년째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아저씨는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었다. 또 밤새 고민하는 내게 몰래 라면을 끓여 주기도 했다.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도 나를 걱정해 주었다.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외국인인 나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들의 마음씨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나에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였다. 그들을 만나면서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물질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갖고 위로해 주는 정신적인 도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 사람들이 지금 비록 힘든 상황에 있지만 따뜻한 말로 위로해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병원에서 받은 사랑을 힘들어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다. 2005년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한국인들 모두가 마음의 부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검비르만 쉬레스 네팔인 동국대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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