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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신년특집/ 기고 - 갈등 해소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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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신년특집/ 기고 - 갈등 해소 어떻게 할 것인가

입력
2005.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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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사회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돌이켜 보면 지난 해 우리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갈등의 분출, 갈등의 폭발이었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도 양분됐으며, 이른바 ‘거리의 정치’에서 연일 헤어나지 못했다. 그 이슈도 이른바 ‘4대 개혁입법’안에서 시작해 행정수도 이전과 천성산 터널공사 논란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안들을 망라했다.

사회갈등은 양면적인 것이다. 현대사회가 이익사회인 한 그 충돌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갈등은 비용이 과다하게 지불될 경우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요컨대 갈등을 일방적으로 부정할 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조정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주요 과제인 셈이다.

갈등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갈등의 종류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이 충돌하는가를 정확히 이해할 때 올바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사갈등은 세계화가 가져오는 ‘고용 없는 성장’에서 구조적 원인을, 서로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상황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구조적 압박이 큰 만큼 노사갈등 해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따라서 상황적 지혜가 최대한 발휘돼야 한다.

크게 보아 우리사회 갈등은 ‘이익 갈등’과 ‘가치관 갈등’으로 양분된다. 이익 갈등이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이른바 ‘생계형 갈등’이라면, 가치관 갈등은 서로 다른 생각과 생활방식이 충돌하는 갈등이다. 노사·빈부·지역(도시화) 갈등이 전자를 대변한다면, 개발·성평등·세대 갈등은 후자를 대표한다. 한편 이념과 학벌사회를 둘러싼 갈등은 두 가지가 모두 얽혀 있는, 우리사회에서 유독 두드러진 ‘복합형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서구의 경우 이익 갈등에서 가치관 갈등으로 그 중심이 변화돼 온 반면에 우리사회에서는 두 갈등이 거의 동시적으로 분출하는 ‘압축 갈등’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게다가 갈등 해결은 이익조정을 위한 물질적 지반의 확충을 요구하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그 지반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거시적, 미시적 전략이 동시에 요청된다. 거시적 수준에서는 시스템의 구축과 관용의 문화가 중요하다. 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통한 조정 및 관리가 갈등해결의 자의성을 줄이고 정당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 노사정위원회나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바로 이런 갈등조정 시스템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관용의 태도도 중요하다. 시스템이 아무리 잘 정비돼 있다 하더라도 이해당사자간의 합의 문화가 부재하다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이 관용의 문화는 물론 한 순간에 형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똘레랑스(관용)를 갖지 않는다면 갈등해결은 사실상 난망하고 결국 시스템은 무력화될 것이다.

미시적 수준에서는 해당 갈등 사안이 갖는 특성을 주목해야 한다. 이익 갈등에서 중요한 것이 물질적 양보라면, 가치관 갈등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승인하는 다원적 세계관이다. 이익과 삶의 방식이 충돌하고 있음에도 이는 덮어둔 채 무턱대고 관용과 상생만을 강조할 경우 갈등은 해소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깊어질 수 있다. 통합만을 강조하는 갈등의 섣부른 봉합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념 갈등은 그 적절한 사례다. 우리사회에서 이념갈등은 한미관계 및 남북관계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념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것은 관용의 문화도 취약하지만 이익에 대한 계급간 타협안이 부재한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 사회적 강자들이 기득권을 고수하고 복지정책을 외면하는 한 이념 갈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우리사회가 통과해야 할 중간시험이다. 이 시험을 통과하지 않고 선진사회로 도약한 사례는 없다. 과도하게 초조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갈등이 사회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올해가 부디 갈등해결의 원년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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