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던 31일 여야 국회대치의 돌파구는 결국 김원기 국회의장이 텄다.
김 의장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4대 법안 중 신문법만 처리하는 중재 안을 제시, 여야의 동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한나라당 의원들의 점거농성으로 열리지 못했던 본회의를 정상화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전날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과거사법과 신문법을 직권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의장은 "(법안 처리를 위해) 법에 규정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경호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는가 하면 "마시고 싶지 않은 독배지만 안 마실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던 그가 입장을 바꾼 것은 "세모와 새해 첫 아침에 국민에게 안겨줄 실망과 분노를 생각할 때 파국은 막아야 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날 중 예산안과 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쏟아질 국민의 질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김 의장은 또 "경호권을 발동했을 때 벌어질 참담한 모습만은 피하려 했다"며 "새해에는 민생을 살피고 경제를 살리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측근은 "집권 3년을 맞은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장은 전날 원내대표 합의를 거부한 한나라당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의장은 "그 합의는 아무런 흠결이 없는 것이었다"며 "원내대표끼리 합의하고 공식 발표된 내용이 번복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라고 개탄했다. 김 의장의 속내가 무엇이었든, 벼랑에 몰린 국회를 건지는 데 6선의 경륜이 빛을 발한 것만은 분명하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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