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프로농구(NBA) 무대에 입성한 하승진(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2005년 꿈은 더 단단해지고 커졌다. 바로 NBA 점령. 스무 살 새해를 맞는 하승진의 각오는 이글거리는 태양도 집어 삼킬 듯 당당하고 거침없다.
‘빅리거’ 하승진. 아직도 기쁨과 감격에 젖어있을 법도 한데 그는 그렇지 않다. 주전을 꿰차겠다며 택한 등 번호 5번이 선명하게 쓰인 새 유니폼을 입은 그의 머리 속은 온통 2005 성공 프로젝트로 가득하다. 그는 최근 구단이 주선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감이야 항상 넘친다. 하지만 NBA는 자신감 하나로 버티기엔 냉혹한 전쟁터"라며 부단한 연습만이 살 길임을 강조한다.
하승진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가 있다. 한국 여자농구의 기둥 정선민(국민은행)의 2003년 ‘아메리칸 드림 실패’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의 명성만 믿고 미국 여자프로농구 시애틀 스톰에 입단했던 정선민은 스피드, 파워 등 현지 농구의 높은 벽에 부딪혀 줄곧 벤치만 지키다 한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승진도 큰 키와 어린 나이 말고 뚜렷이 내세울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지난달 27일 정식 계약 바로 다음날 허리가 삐끗해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하루 한 시간씩 팀 훈련에 참가해 동료와 손발을 맞추고 있다. 하승진에게 ‘좋은 소식’이 들렸다. 같은 포지션인 팀의 센터 블라디미르 스테파니아가 방출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승진은 그 ‘좋은 소식’이 자기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렇게 코트에 나서서 좋은 게 뭔가. 오직 실력으로 승부할 것이다." NBA로 올라가면 덩달아 사람도 성숙해지는 걸까. 하승진은 사실 지금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단다.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장 과제는 팀 동료들과 NBA 분위기에 적응이다. 지금 출전해서 무슨 도움 되겠나. 차근차근 기량을 늘릴 생각이다."
NBA의 장신군단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비책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벅찰 ‘코리안 루키’ 하승진은 2005년 새해 희망의 메시지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국의 살림살이가 안 좋고 내 나이대의 젊은이들도 어려워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여기서 멋진 모습을 보여줘 웃을 일 별로 없는 우리 국민에게 조그만 힘이라도 되고 싶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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