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이라도 꼭 찾을 겁니다."
태국 푸껫과 카오락에서 가족을 찾아 헤매는 실종자 가족들은 비탄 속에 새 해를 맞고 있다. 지진해일 사고 6일째인 31일. 이젠 살아 있을 것이란 희망은 한 해가 저물 듯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시신만은 고향으로 데려가겠다는 비원에 실종자 가족들은 하나가 돼 있었다. 30일부터 한국에서 119 구조대와 유전자감식팀 등이 속속 도착하면서 가족들만의 외로운 악전고투는 끝났다는 안도감도 비쳤다.
신혼여행을 왔다 실종된 막내 아들을 찾기 위해 사흘째 카오락을 헤매고 있는 이경복(64)씨는 31일에도 어김없이 다른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꼭두새벽부터 해변을 훑었다. 그는 "아들의 시신을 찾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도 아예 끊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은 119 구조대와 함께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수색 작업을 벌였다. 손과 나무 막대기 대신 첨단 전문 장비까지 동원됐다. CNN방송 등 외신들도 안전모를 쓰고 수색 작업에 전력을 기울이는 우리 119 구조대원들의 모습을 담아갔다. 이씨는 "구조대가 너무나 열심히 일해 줘 정말 고맙다"며 "이젠 곧 아들의 시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1일엔 잠수전문가 등이 포함된 한국국제협력단(KOICA)복구단이 도착, 바닷속 수색까지 가능해 지는 게 아니냐고 기대를 걸기도 했다.
유전자 감식팀은 카오락 인근 사원에서 이씨 등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입 속 피부를 떼 내 유전자(DNA) 샘플을 채취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시신을 발견하면 바로 DNA 대조를 하기 위해서다. 태국 당국도 실종자 가족의 타액 등을 채취, DNA 검사를 한 후 결과를 통보해주기로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시신들이 너무 부패해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어서 걱정이 많았다"며 "이제라도 유전자 감식팀이 도착해 천만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나 119구조대와 감식팀의 활동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수색 현장에서 숙영을 하는 구조대는 내륙으로 3㎞ 가까운 땅이 해일에 쓸려 내려가 마실 물도 구할 수 없다. 게다가 통신 시설이 복구되지 않아 휴대 전화도 대부분 불통 상태이어서 여간 고생이 아니다.
푸껫 로열시티호텔에 설치된 ‘지진해일 피해 현장지휘본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과 태국의 DNA 검사 방법이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유전자감식이 정확하게 성과를 이루어 낼지는 조금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과수 전문가들은 31일 낮 크라비주의 시체안치소를 방문, 피피섬에서 수습한 사체 중 한국인으로 보이는 시신에 대한 감식 작업을 시작했다.
한편 간신히 목숨을 건진 부상자들이 병원비를 못내 귀국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윤지준 주 태국 대사는 "푸껫 지방정부와의 병원비 무상지원 협의가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이날 푸껫 왓꼬싯 사원의 한국인 합동분향소에선 사망자 장례식이 열렸다. 사망자 유해 중 5구는 화장을 마쳤고, 1구는 한국으로 운구됐다. 임모(19)양의 시신은 와쯔라병원 영안실 차가운 냉동고에서 2005년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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